<미래를 바꾸는 기업현장>‘시스템 반도체’ 품목만 수만가지…절대강자 없어… 삼성전자, 세계 경쟁력 높이려 新공장에 6兆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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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시장 韓 점유율 ‘1위’
시스템 분야는 걸음마 수준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 주력
‘엑시노스 오토’ 등 선보여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D램·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240억 달러(30.1%) 규모로 이곳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58%로 1위다. 현재 한국 수출품 중에서 유일하게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분야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882억 달러(69.9%)다. 현재 인텔·퀄컴·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곳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5%도 채 안 된다.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사실상 ‘제로’란 얘기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한국 수출 실적도 주저앉을 것이란 위기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주로 정보의 연산과 처리를 담당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가전과 자동차, 모바일기기, 건물, 로봇 등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고 분석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이는 4차 산업혁명 발(發) 수요가 폭증한 분야이기도 하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경망처리장치(NPU)·그래픽처리장치(GPU)·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이미지센서 등 쓰임새가 많아져서다.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다 보니 자동차용 반도체, 의료형 반도체, AI형 반도체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시스템 반도체는 한국기업에 새 수요처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메모리 반도체 쏠림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점유율이 미미한 만큼 시장 확장의 여지도 많은 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2종류로 나뉘는 메모리와 달리 품목도 수만 가지에 달해 절대 강자도 없다.

삼성전자가 6조 원 이상 들여 경기 화성 신공장을 짓는 것도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에 힘을 싣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자동차용 반도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완성차 시장이 스마트카와 자율 주행차로 재편되면서 글로벌기업들이 선점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반도체는 내연기관차에는 200∼300개 쓰이지만, 자율주행차에는 1000∼2000여 개 들어간다. 성장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장을 겨냥해 최근 삼성전자는 자동차의 ‘두뇌’와 ‘눈’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내놓았다.

파운드리 역량도 높여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기술을 이용한 7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급 파운드리 공정을 구축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또 3나노와 6나노 등 첨단미세공정을 개발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해갈 계획이다. 파운드리 1위 TSMC 추격전도 본격화됐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를 돌파해 14%대 점유율로 TSMC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