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감 “이승복 동상, 시대에 안맞으니 빨리 없애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숨진지 50년… 동상 철거지시

교육감 “사실관계도 맞지않아”
大法 확정판결 진실마저 부정

지역선 “북한과 화해무드 돼도
역사 부인해선 안돼” 철거 반대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이 울산 지역 일부 초등학교에 세워져 있는 반공 교육의 상징인 이승복 동상(사진)을 철거할 것을 지시, 보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6일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노 교육감은 전날 열린 시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지난주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니 이승복 동상이 있었다”며 “시대에 맞지도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빠른 시간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교육감은 진보 성향 교육감이다.

이승복은 1968년 12월 발생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공비들에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해 가족과 함께 살해당해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소식은 당시 언론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올해는 이승복 사망 50년이 되는 해다.

이후 이 일화는 반공 교육 소재로 널리 활용됐으며, 이승복은 반공의 상징 인물로 전국 초등학교 운동장에 동상이 많이 세워졌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들어 일부 진보진영에서 ‘이승복 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내용이 교과서에서도 사라지고, 전국에서 많은 이승복 동상이 철거됐다. 현재 울산지역에는 강남초교와 복산초교, 태화초교 등 10여 곳의 초등학교에 이승복 동상이 세워져 있다. 현재 이승복 동상이 있는 울산지역 초교 측은 “교육청에서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철거 공문을 보내오면, 기증자와 교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철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지역 모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돼 있지만, 반공 및 역사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반공 교육의 상징인 이승복 동상을 인위적으로 없앨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든다”고 동상 철거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우강호 이승복 평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북한과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고 해도, 과거 반공의 역사를 부인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이승복 동상은 계속 존치돼야 한다”며 “교단에서도 과거 남북 간 대립으로 인한 피해와 실상도 알려주고, 지금은 남북 간 평화·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승복이 북한 무장공비에게 살해된 사건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는 당시 보도는 진실이었음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대법원은 2009년 2월 조선일보가 1968년 12월 11일자 사회면 ‘공산당이 싫어요’란 제목의 기사에 대해 ‘오보(誤報) 전시회’(1998년 가을)를 통해 ‘거짓 보도·허구’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 씨는 조선일보에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2006년 11월 형사재판 최종심에서 “이승복 기사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해 작성한 사실보도”라며 김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