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무에타이 선수 뇌출혈 사망에 들끓는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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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벌려고 무려 170번 출전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경기
국민들 “연령 상향 조정해야”
격투기 단체 “생계수단” 반대

태국의 부총리배 무에타이(태국 전통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던 13세 소년이 경기 이틀 뒤 뇌출혈로 사망해 태국이 들끓고 있다. 학비를 벌기 위해 5년 동안 170번의 경기에 출전해야 했던 소년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소년들을 무에타이 시합으로 내모는 태국의 무에타이 문화에 대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태국 일간 더 네이션 등에 따르면 무에타이 경기 도중 의식을 잃은 뒤 병원으로 실려 갔던 아누차 코차나(사진) 군이 전날 뇌출혈로 사망했다. 코차나는 지난 9~11일 태국 방콕 교외에서 열린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배 마약 근절 자선 무에타이 대회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코차나의 마지막 경기 영상을 보면 코차나, 그리고 그보다 한 살 많은 상대 선수는 헤드기어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맨몸으로 서로의 주먹을 받아내고 있었다. 경기 3라운드째, 상대의 주먹은 수차례 코차나의 머리를 강타했고, 결국 소년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코차나는 어린 나이에 학비를 벌기 위해 무에타이 격투장에 서야 했다. 부모가 사망한 뒤 삼촌 손에 자란 그는 8세부터 무려 170번 무에타이 경기에 출전했다. 학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비도 보탰다.

소년의 비극적인 삶은 그만의 일이 아니었다. 스포츠 당국은 지난 2017년 집계로 등록된 15세 미만 무에타이 선수가 1만 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태국 프로복싱협회는 15세 미만 소년 선수를 3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십만 명의 소년이 링 위에서 얻을 수 있는 부귀와 영광을 꿈꾸며 가족들을 위해, 학비를 위해 이른 나이부터 싸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출전 최소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아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최악의 경우 코차나처럼 죽음에 이르는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현재 태국 국민은 격투기 선수들의 출전 연령을 올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태국 의회에는 12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프로복싱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초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는 않은 상태다. 상당수 의학 전문가들은 “뇌에 장기적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격투기나 복싱의 특성상 12세 이상 출전 연령 규정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격투기 단체들은 “돈을 벌기 위해 경기에 출전하는 어린 선수들과 그 부모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