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로신들의 연회모습을 그린 기사사연도(耆社私宴圖). 문화재청 제공

‘18세기 대표작’ 지정 예고

숙종때 ‘기로소 연회’ 기록화
화려한 색채에 사실성 돋보여

조선의 대표적인 궁중회화 작품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기사계첩(耆社契帖)’이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8세기 초 대표적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22일 국보로 새로이 지정 예고했다.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기로소란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文官)들 즉 기로신들을 우대하던 기관으로 왕 및 조정 원로의 친목, 연회 등을 주관했다. 1719년 당시 숙종은 59세였기 때문에 기로소에 들어갈 시기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로 들어간 전례에 따라 입소(入所)했다고 전해진다.

명예기구로서의 성격이 컸음에도 군신(君臣)이 함께 참여하는 기구라 하여 관아의 서열에서는 으뜸을 차지했다. 임금 중에는 태조 ·숙종 ·영조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계첩은 문신 임방(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년)의 발문,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반신(半身) 초상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으로 인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꼽힌다.

한편 14세기경에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高麗千手觀音菩薩圖),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제진언집 목판(諸眞言集木板), 한글로 토(吐)가 달려 있어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높은 묘법연화경(妙法蓮華經) 등 3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