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은 나가고 응시생은 단체 채팅… 한자자격시험 ‘조직적 不正’ 의혹

24일 치러진 교육부 등록시험
고사장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
포털 어학사전 등 검색하기도
주최측 알고도 묵인·방조 정황

부산 지역 A 전문대학에서 지난 24일 치러진 교육부 등록 한자 자격증 시험 도중 주최 측을 비롯해 학생·교수들이 조직적으로 단체부정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정부기관, 군부대, 일부 기업 등에서 해당 시험 자격증을 소지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관행처럼 이 같은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 응시생들은 26일 문화일보 취재진에게 “교수와 감독관이 시험이 시작된 뒤 고사장 밖으로 나갔으며 학생들은 서로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심지어 답안을 적은 OMR 카드를 서로 돌려보는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 시작 전에 답안을 공유하기로 모의했고 시험시간 중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주관식 답안지를 사진 촬영해 올렸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쓰면서 포털 어학 사전을 검색해 답을 적는가 하면, 일부 학생은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한 답안 외에 다른 답안을 올려달라고 재촉했다.

시험 주최 측 규정에 따르면 해당 고사장엔 통신 기기류나 전자기기를 휴대할 수 없다. 하지만 담당 교수와 시험 주최 측 감독관은 시험시간 중 고사장을 떠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수년 동안 지속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대학 선배들은 이번 학기에 처음 시험에 응시하는 후배들에게 “이번에도 한자 시험 답을 알려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A 대학 학생들은 한자 자격증 시험 외에도 다양한 자격증 시험 등에 단체로 응시하고 있다. 시험 주최 측은 이에 대해 “응시자들 전원을 상대로 정확히 조사해 부정행위가 있다면 응시료 환불 및 시험을 취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당일 시험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끄게 해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며 “한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감독하면 혹시 나태해질 염려가 있을지 몰라 옆 교실 감독과 교체했는데, 양심을 걸고 부정행위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