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요금감면’ 내놓고도… “추가배상” 시달리는 KT

KT약관에 관련배상기준 없어
배상수준 놓고 갈등 빚을수도

일각선 “기간시설 안전 허술
정부도 배상책임 자유롭잖아”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KT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피해 소비자에 대한 ‘1개월 치 요금 감면’ 대책을 발표했지만, 영업 손실을 본 자영업자와 비(非) 피해 지역 거주자 등에 대한 ‘추가 배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통신 및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통신대란’으로 영업 손실을 본 자영업자 배상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번 사태로 서울 서대문구, 중구, 용산구, 마포구,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6개 지역에서 영업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약 17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화재 이후 신용카드 단말기, 포스(POS·판매정보관리시스템)가 작동하지 않아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KT 유선 전화망을 쓰는 업주들은 배달 주문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1개월 치 통신 요금 배상에 더해 영업 손실에 따른 추가 배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자영업자 피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국회에서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업에 지장을 받은 이들에게 전액 보상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KT는 일단 소상공인에 대해 추가 배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향후 배상 수준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여지가 많다. KT 이용 약관에는 영업 피해에 대한 배상 기준이 따로 없다. KT는 약관에 상관없이 배상할 가능성이 크지만, 소상공인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사건은 법원으로 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민간 기업에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기간 시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전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자 중 일부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