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안전진단때 ‘양호’ 판정하고는 뒤늦게 비상대책 법석 ‘뒷북 행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짐빼는 입주자들 12일 건물 붕괴 위험으로 퇴거 명령이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앞에서 입주업체 관계자가 사무실 집기를 차에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대종빌딩 붕괴위험 사태

건물 붕괴 위험이 드러나 13일 자정 입주자들이 퇴거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이 지난 3월 별도의 지적사항 없이 ‘2018년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진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허술한 검사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강남구청은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육안 점검에 그쳐 실체적인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1995년 건물 기둥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시루떡처럼 층층이 무너져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 등 인명 사고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범정부 사회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뒷북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구는 12일 붕괴 위험이 제기된 삼성동 143-48 대종빌딩을 ‘제3종 시설물’로 지정하고 13일 자정부터 출입을 제한했다. 3종 시설물로 지정·고시되면 구가 입주자의 시설물 사용을 제한하고,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 업무시설로 쓰이는 대종빌딩은 지하 7층·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4799㎡ 규모로 1991년 준공됐다. 시공은 남광토건이 맡았다.

붕괴 위험이 처음 감지된 건 지난 11월 말이었다. 2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일부 기둥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건물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자체 진단에 나섰다. 8일 오전 11시 안전 진단을 위해 기둥의 피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둥에서 굉음이 발생하고 균열이 건물 상·하부로 확산하자 대종빌딩은 강남구에 이 사실을 접수했다. 강남구는 11일 공무원과 전문가들을 긴급 투입해 안전진단을 벌여 이 건물의 최하 등급을 E등급으로 추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남구는 이날부터 16일까지 대종빌딩 2층 중앙 기둥 1곳과 주변에 버팀 지지대를 설치하고 지하 7층부터 지상 4층 각 기둥 주변에 건물 하부를 지지해주는 설비인 잭 서포트(Jack Support)를 20개 이상 보강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이후 서울시와 함께 대종빌딩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해 통신 대란을 낳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KT 통신구도 안전대진단을 받았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사회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기본적, 필수적인 시설물에서 계속 사고가 터지는 것은 우연으로 보면 안 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하나의 큰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일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기섭·신선종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