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존속’ 약속에 숨통 돌렸지만 노조파업 등 한국GM 정상화 험로

- ‘R&D 법인분리’ 변수는

특별단체교섭 요구하는 勞
‘불법 파업’까지 강행 의지
“美본사 변심 가능성도 여전”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입장을 바꿔 한국지엠 연구·개발(R&D) 법인 분리에 찬성하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생산법인과 R&D 법인 모두 10년 존속을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9일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전날 자동차 R&D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방안을 주주총회에서 승인했다. 대주주인 미국 GM과 산업은행의 협의가 끝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오는 26일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4045억 원 추가 출자를 집행한다. 신설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새로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개발 거점이 되며, 제3국에서 물량을 끌어와 최소 10년 동안 법인을 유지한다. 10년 이후에는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정상화까지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노조는 특별단체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눠 이날 총 8시간 동안 파업한다고 밝힌 상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의 쟁의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불법 파업이 되는데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사측은 특별단체교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는 노사 반반씩 지원하자는 군산공장 무급휴직 대기자 생계비 지원금을 회사에서 전액 부담하라는 등 숱한 요구조건을 내걸며 단체교섭을 다시 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지엠 철수설도 여전히 잠재돼 있는 폭탄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R&D 법인 분리는 미국 본사 차원의 효율성 추구 전략으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좋은 차를 만들어 판매를 늘리겠다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며 “철수 수순의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산업은행이 앞으로 잘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일단 10년 뒤 상황을 보고 한국지엠을 유지할지 판단하겠다는 뜻이고, 10년 이내에도 상황이 안 좋으면 언제든 떠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훈·방승배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