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청구서’ 내미는 촛불 주역들… 정부·여당 초비상

택시기사·보건노조에 이어
오늘 비정규직 ‘靑행진 집회’
내일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
핵심 지지층 민노총까지 동참

“민의 제대로 반영 안되는 탓
질서 위해선 단호함 보여야”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 꼽혀 온 ‘촛불’이 집권 2년도 안 돼 문재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주된 동력이었던 이들이 정부 정책에 만족하지 못한 채 ‘청구서’를 내밀면서 청와대와 여당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서울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1100만 비정규직 촛불집회’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이날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출발, 청와대까지 행진한 뒤 촛불집회를 연다. 주말인 22일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 씨를 기리는 범국민 추모제가 열린다. 이들 집회에는 민주노총이 힘을 보태고 있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 약속과 달리 이번 정부에서도 비정규직 처우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후퇴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노동계의 반발은 20일 차량공유 서비스 개시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전국 택시기사 집회에서도 확인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 모여든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불법 자가용 카풀 영업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무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전현희 의원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

노동계만이 아니다.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검찰의 과거사 진상 조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단원을 보강해 용산참사를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5일엔 보건의료노조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과 제주에서 각각 촛불집회를 열고 제주 영리병원 허가 철회와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을 요구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 정부는 자신들이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하지만 촛불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최근 집회들은)정부가 잘못하면 언제든지 촛불을 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할 땐 핵심 지지층이냐 아니냐를 넘어서서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대한민국의 후퇴를 막고 헌법 가치를 지키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할 5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5개 특위는 △탈원전 저지 및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특위 △소득주도 성장 폐기 및 경제활력 되살리기 특위 등이다.

김유진·손고운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