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교수의 古典名句>惟務自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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惟務自新痛革前習刻려堅固人一己百(유무자신 통혁전습 각려견고 인일기백)

스스로 새로워지기에 힘쓰면서 예전의 습관을 통렬히 바꾸고, 새기고 갈아 단단하고 굳게 남이 한번 하면 나는 백번 하리라.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포저(浦渚) 조익(趙翼)의 ‘원조잠(元朝箴)’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익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두루 겪으며 격동의 시기를 살았는데, 학문적 업적도 많이 쌓았지만, 대동법(大同法)의 확대 시행을 추진해 적폐를 청산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도 큰 공로를 세웠다. 중년에 이언적과 이황의 문묘배향(文廟配享) 문제로 좌천되기도 하고, 만년에는 이이와 성혼의 문묘배향을 주장하다 좌의정을 사직할 정도로 학문적 소신이 강한 사람이었고 학자로서 일가를 이루었다.

‘원조잠’은 그가 26세 되던 새해 아침에 지은 글로서, 회재 이언적이 27세 새해 아침에 지은 ‘원조오잠(元朝五箴)’과 마찬가지로 조선 선비들의 구도 정신이 충만한 명문이다. 그는 먼저 젊은 날에 큰 목표를 세웠지만, 그사이 별다른 성취가 없는 가운데 나이만 먹었고 이렇게 흐지부지하는 가운데 허송세월하다가는 결국 인생을 헛되이 보내고 말 것이라고 탄식한다. 이어서 ‘대학’의 날로 새로워지려는 정신으로 통렬히 구습을 타파하고 ‘중용’의 남이 한번 하면 나는 백번을 하겠다는 정신으로 치열하게 노력하리라 다짐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많은 사람이 새해 첫날에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한 해를 열심히 살아보리라 다짐했다가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는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이런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진부한 습관이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에는 깊게 반성하고 새해 아침에는 새롭게 다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옛 선비의 각오를 거울삼아 새해에는 좀 더 새로워지도록 노력하자.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