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미·북 정상의 ‘주한미군 거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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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던 미·북 관계가 1월 들어 다시 속도를 내는 듯 보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말 정도에 미·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교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3월 중순에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29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외에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 미국 정보계의 수장들이 모두 출석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평가했다.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분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우리의 관심은 북한에 대한 평가였다.

코츠 DNI 국장은 “우리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생산 능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능력을 보유하려 하며, 핵 완전 포기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하는 건 북한 지도자들이 본질적으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상충하는 활동들이 북한에서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을뿐더러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판단 아래 북한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수장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현재 미·북 간 어떠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보 수장들의 이러한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정치적 성공으로 포장 가능한 정도의 협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조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가는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 수장들의 이러한 분석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핵실험은 없고, 유해(遺骸)는 돌아왔고, 인질도 돌아왔다”며 “비핵화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긍정적인 상황 평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정보 수장들의 평가에 재반박을 한 셈이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신 정치·군사적 부분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불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아무런 협의 없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얻지도 못한 채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큰 카드를 내주었다.

북한과 미국 간 2차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어떠한 합의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2차 회담이 열리는 것만으로 우리의 안보적 이익이 확보되지 않는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능한 여러 가지 합의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