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상설 추모공간 추진하자 “시민 의견은 안듣나” 반발 확산

서울시, 관련 예산 2억원 확보
‘기억공간’지어 직접운영 방침

불법시설물 합법화 선례 우려
시민들 “광장 취지대로 설계”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고 ‘기억 공간’이라는 상설 추모 공간 설립 방침을 밝히자,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광장에 상설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는 “국민적 참사를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년여 동안 논란을 빚은 추모 공간을 서울시 한가운데 또다시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시설물이 불법인 상황에서 서울시가 상설 공간을 만들 경우 불법 시설물을 합법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월호 유가족이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개월 뒤인 7월 14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설치한 광화문 광장의 천막이 조만간 철거된다. 대신 서울시는 이 공간에 ‘기억 공간’을 지어 직접 운영할 방침이다. 시는 관련 예산 2억 원을 확보했다.

여명 서울시의원(자유한국당)은 “2017년 한 해에만 광화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달라는 민원이 200여 건 제기되는 등 세월호 천막 설치에서 비롯된 광화문광장의 정치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기억공간 조성에 대해 일반 시민 여론 수렴 없이 세월호 유가족과만 절차를 협의하고 진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석춘(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세월호 천막은 그동안 추모공간의 역할보다 진보진영의 투쟁, 농성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고 본다”며 “수많은 불행한 죽음 중 왜 세월호만 서울시 예산으로 기억해야 하는지 시와 박 시장이 시민들에게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제는 서울 시민의 문화시설이라는 광장의 취지에 맞게 공간을 설계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을 컨테이너로 만들 것인지 목재로 조성할 것인지, 또 공간 안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방침”이라며 “시민들이 교훈을 얻어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억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 합동분향소’ 설 합동 차례에 참석해 ‘기억공간’ 설립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기억의 공간,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그런 공간으로 작게 구성하는 쪽으로 유가족과 협의 중”이라며 “참사 5주기가 되는 4월 전에 공간 구성을 마치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 차례 행사를 개최한 ‘4·16연대’ 관계자도 “5주기가 되기 전 3월에 시민을 위한 광화문 기억공간이 개관하도록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