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훼손·강제징수”… KBS수신료 거부 확산

- 시민들, SNS 릴레이 동참

“종편·케이블 등 늘었는데
아직도 돈내고 봐야하나”

특정 정파 편향 프로그램들
아무런 견제·감시장치 없어
“시청자 역할 더 강화돼야”

KBS 등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내지 않겠다며 SNS ‘거부 릴레이’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방송 채널이 제한돼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종합편성채널·케이블방송·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가 경쟁하는데 수신료 강제 징수는 부당하다는 취지다. 특정 정파에 편향된 프로그램이 잇따라 방영되는데도 아무런 견제와 감시가 없다는 문제의식도 거부운동 확산에 한몫한다.

최근 수신료 거부 릴레이에 참여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박종선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18일 “KBS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수신료가 강요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어떤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게 강제로 사용료를 내게 하는 것은 폭력과 다름없다”며 “공영방송에 필수적이고 공익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면 다르게 볼 여지도 있지만, 현재의 KBS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오늘밤 김제동’ ‘저널리즘 토크쇼 J’ 등 공정성 논란이 이는 프로그램에 대해 “경제와 외교·안보 상황 등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조영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도 “수신자가 케이블방송 사업자에 비용을 내면서 KBS에 또 수신료를 내는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고 릴레이 동참 이유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공영방송의 핵심은 공정성과 공평성인데 현재 KBS에서는 두 가지 가치가 훼손됐다”며 “수신료를 강제로 걷으려면 공정성과 공평성을 먼저 확보한 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릴레이는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겠다는 차원에서 확산했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유사한 형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수신료를 내지 않겠다는 글과 사진을 SNS에 올리고, 지인 세 명을 지목해 동참을 독려하는 형태다. 실제 시청료를 내지 않으려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텔레비전을 소유한 사람은 누구나 전기요금에 더해 월 2500원의 수신료를 내야 하고, 고지서에서 수신료를 빼려면 “텔레비전이 없다”는 증거를 제출하고 말소요청을 해야 한다.

‘텔레비전이 PC 모니터·유튜브 시청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단순히 소유 여부만으로 수신료 부과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진보·보수를 떠나 정권에 따라 지상파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며 “KBS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감시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