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강화로 官治 수단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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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전문가 바른사회시민회의 ‘국민연금 경영개입’ 토론회

“정부 독점… 지배구조 개선 필요
‘연금사회주의’ 우려 더욱 커져”

“국민연금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가 반(反)재벌 정서와 결합하면 재벌 개혁 등을 위한 관치(官治)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조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구조가 정부나 정치권에 휘둘리기 쉬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더욱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연금사회주의란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 민간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된 공적 연기금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경영에 관여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조 명예교수는 “미국의 기업연금기금 운용 펀드는 다양화돼 경쟁적 구도를 갖는 데 비해 우리는 국민연금이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기금에 대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정부는 자신이 추구하려는 목표를 기금을 통해 실행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유형별로 전반적 성과가 완벽하게 확인되지 않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관련 사회적 책임 투자를 국민연금이 주도하게 되면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임계치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며 “특히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란 정치 구호를 내건 현 정부에서 연금사회주의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정부가 기금제도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기금 자체를 운영·통제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 문제를 내버려둔 채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국민연금이 ‘국민의 집사’라는 완장을 차고 상장회사 경영 관여에 나서면 연금사회주의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황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집사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적 개입과 제3자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식 변호사는 “공적 연기금은 그 뒤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부가 존재하는 현 구조하에서는 중립적일 수 없고,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등 정부의 정책 목표를 강제하는 또 다른 도구로 변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현 변호사는 “모범규준·연성규범·공시를 통해 시장규율을 작동해 기관투자가가 수탁자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외국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