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여전한 人災와 ‘과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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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사회부 부장

지난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이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발표가 나오기 보름 전, 자신이 태어난 포항 인근에 거주하다 경기 김포로 이사를 결정했다는 30대 후반의 직장인을 만났다. 그는 “직장 전근 문제도 있지만, 사실 이사를 하기로 한 것은 지진에 따른 불안감도 컸다”고 토로했다. 지진만 아니었다면 고향을 떠나 두 딸과 아내까지 데리고 이주하지는 않았을 거란 의미였다. A 교사는 “친한 동료가 포항에 거주하다가 아예 이사했다”며 “가끔 집이 흔들리다 보니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더라”고 했다. 포항 지진 후 시민의 42%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를 방증하는 사례다.

포항 지진이 인근에 자리한 국내 1호 신재생에너지 지열(地熱)발전소가 방아쇠를 당긴 ‘촉발지진’으로 밝혀진 후 포항시민, 포항시 반응을 보면, 지진 공포와 지역경제 침체, 이미지 추락의 강도를 가늠케 한다. “지진 도시란 오명(汚名)이 정부 잘못에서 기인했다” “포항이 지진에 안전한 게 (이번 발표로) 확인돼서 다행이다” 등이 그것이다. 포항 지진의 파장은 5조 원대란 얘기가 나오듯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줄소송 등 큰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예외 없이 나타났던 인재성 재난이자, 특이하게도 저항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식됐던 지진까지도 ‘좌우’할 전능(全能)한 후진적 시스템이 작동한 한국형 재난이란 점에서 공공부문의 뼈를 깎는 반성이 필요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원인 규명, 시스템 점검, 대책이 뒤따라야 함은 불문가지다. 기실 시계만 되돌려도, 서부발전 컨베이어벨트 사고, 건축 안전 피난구조 및 피난설비가 문제로 꼽히는 종로 고시원 화재와 화물 과적, 고박(래싱·lashing) 상태 불량, 선원 안전교육 소홀, 구호조치 없는 선장·선원의 퇴선 등이 얽힌 세월호 참사, 부실시공이 낳은 경주 체육관 붕괴 사고, 물적·제도적 인프라 부족이 일으킨 태풍 ‘매미’ 피해, 대구 지하철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열거하기도 부족한 대형 인재성 사고가 즐비했다.

11년 전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50대 대도시 중 서울·인천의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도가 베이징(北京)과 함께 14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재난에 대한 위험이 크고 방재 능력이 취약하다고 했다. 또 재난이 빈번한데 피해의 강도가 커지는 것은 (자연재난에 대한 대응책 미흡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개선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어제 본 듯한 데자뷔다. 이러니 상대적으로 재난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한국은 재난교육이 미흡하다. 재난 시 대처 방법을 자녀가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떨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형 인재가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근대화·산업화의 후유증이라고 언제까지 치부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속수무책으로 포항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지진공포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지열발전소발(發) 포항지진은 재난 대응의 시스템과 인식, 가치를 완전히 쇄신해야 함을 일깨우는 경종(警鐘)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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