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대기하고 있던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 “윗선수사 계속”
신미숙 비서관 조사 이후
조현옥 수석 소환도 검토
“관행이 사유 황당” 반응도
분석후 재청구 여부 검토
구치소 나온 김은경 前장관
“앞으로 조사 열심히 받겠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낙하산 인사 채용’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영장이 26일 기각된 가운데 검찰은 우선 기각 사유를 분석하며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과는 상관없이 김 전 장관과 공모 관계로 파악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는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청와대는 공모자’= 검찰에 따르면, 신 비서관은 김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의 공모자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됐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환경부 산하기관의 전 정부 임원 찍어내기용으로 보이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청와대 낙점 인사 채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신 비서관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실은 비경제부처의 인사를 담당한다.
검찰은 신 비서관 소환 조사 후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 비서관이 정부부처의 민감한 인사를 상관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조 인사수석의 경우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신 비서관 소환 조사 후 조 인사수석에 대한 조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전 장관은 징검다리고, 윗선으로 의심받는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도 수사 대상’이며 ‘김 전 장관이 청와대의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더불어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기각 사유를 우선 검토해 봐야 할 상황”이라면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인사를 협의하는 과정이 ‘관행’이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희박해 보인다’는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답 없는 장관 = 김 전 장관은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오전 2시 30분쯤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와 취재진에게 “앞으로 조사 열심히 받겠다”고 짧게 답한 뒤 미리 준비한 차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는지, 윗선 개입이 없었는지 등 다른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환경부 감사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한 ‘장관 보고용 폴더’의 ‘산하기관 임원 조치 사항’ 문건 등을 유력 증거로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장관이 지난해 7월과 10월 이뤄진 환경부 산하기관 환경공단의 상임감사 공모 당시 청와대 낙점 인사에게 사전에 유리한 면접 자료와 질문지 등을 건넨 정황도 파악한 상태다. 특히 검찰은 최근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여기에 신 비서관이 관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 추천 표시가 있는 문건, 특정 인물을 언급하는 이메일이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에 오간 흔적도 조사된 상태다. 더불어 환경공단 1차 상임감사 공모 당시 청와대로부터 낙점됐으나 탈락한 인사를 민간업체 대표로 보내는 데 김 전 장관이 관여한 부분도 구속영장 청구서의 업무방해 혐의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심사는 서울동부지법에서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약 6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임정환·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