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보 덜 개방한 채…‘부실 수질모니터링’ 논란

인근 지역 ‘취수문제’ 불거지자
낙단보 · 상주보 수문 빨리 닫아
농민들 “철거 정당화 각본” 반발

죽산보 철거반대委 상경투쟁도

정부가 올 연말 4대강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수질 모니터링을 실시했지만 경북권역 낙단보와 상주보는 계획만큼 보 수위를 낮추지 않은 채 모니터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 개방 시간도 예정보다 짧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농민들은 보 철거를 사실상 결정해 놓고 형식적인 모니터링을 했다며 부실 조사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방 여건을 고려해 모니터링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환경부와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월 22일 당시 수위가 40m인 의성군 낙단보 수질 모니터링을 위해 보를 개방해 수위를 34m(3월 12일)까지 낮추기로 했으나 25일까지 38m로 2m만 낮춘 채 수질 모니터링을 했다. 상주보 역시 2월 22일 47m에서 44m(3월 1일)로 수위를 낮추려다 44.5∼45.5m로 1.5∼2.5m 내리면서 모니터링을 시행했다. 의성군 농민 신모(68) 씨는 “농민들이 생활용수 공급용 취수장과 농작물 재배를 위한 지하수 확보 및 양수 시설 문제를 제기하며 수위 회복을 요구하자, 환경부가 수질 모니터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낙단보는 개방하자마자 생활용수와 시설 하우스용 지하수 수위 하락 문제가, 상주보는 상주시 매호취수장과 예천군 풍양취수장의 취수 문제가 불거졌다.

환경부는 낙단보는 당초 계획보다 8일 이른 3월 4일, 상주보는 10일 이른 2월 28일 수문을 닫아 모니터링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성군 달성보도 계획보다 9일 빠른 2월 27일 수문을 닫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수위 조절 시나리오를 세우고 보를 개방했으나 계획처럼 되지 않았다”면서 “수질 모니터링은 개방 폭이나 기간에 따라 달라서 효과 측면에서 당연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상시 주 1회 하던 모니터링을 보를 개방하면서 주 2회로 강화했다”며 “수질 변화를 평가할 때는 개방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4∼9월 영농철 양수 시설 등을 개선한 뒤 10월 이후 보를 개방해서 추가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미 보 개방 당시 취수와 지하수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굳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보완 시설을 설치한 뒤 모니터링을 추가로 하려는 것은 보 처리 정당화를 위해 각본을 짜 놓은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농민들은 “보 존치 여부를 둔 수질 평가 항목에 녹조 발생 빈도를 포함했지만 정작 이를 유발하는 총인(TP)과 총질소(TN) 조사를 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이러한 항목은 녹조 발생의 큰 원인인 하수처리장 시설을 이미 개선해 의미가 없어 제외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주민들로 구성된 ‘죽산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영산강 죽산보 철거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21녹색환경네트워크 등 22개 단체 등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발대식을 했다.

상주=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