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52시간 쓰나미… 비정규직·탄력근로 확대해야 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대건테크에서 직원들이 일본으로 수출할 산업용 케이블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본격시행 앞둔 中企
창원 ‘대건테크’ 가보니…

위반땐 대표 징역 또는 벌금형
“대책 전혀없어…법 어길수밖에”

“비정규직 고용 죄악시는 안돼
탄력근로기간도 1년정도 필요
둘다 안되면 인도 등 이전할판”

지난 1일부터 계도기간이 종료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당장 장기간 집중 근로가 필요한 기업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사전 준비 중인 중소·중견기업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보완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어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게임, 건설 등 일부 업종에서 주 52시간 근로 기준을 맞추는 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집중적인 근무가 필수적인 개발 부서의 경우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 갈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 체류 시간이 줄었다고 해도 ‘저녁이 사라진 삶’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주요 대기업에서도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사무직을 중심으로 ‘편법 초과근무’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퇴근 후나 주말 휴일 중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나 업무상 회식 등 실질적인 근무시간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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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지만 ‘무대책’이다.

지난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있는 ㈜대건테크. 고등훈련기 T50의 전자장치 등을 개발한 ‘기술력 좋은’ 기업이다. 케이블 결속 작업을 하던 한 여성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수입이 줄어들게 생겼다.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공장을 둘러보던 신기수 대표는 “우리는 대책이 없다. 강한 규제가 들어온다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책 당국이 산업의 계절적 요인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이를 일률적 잣대로 본다는 얘기다. 현재 이 회사엔 상반기 수출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70여 명이 근무 중이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가 꺾이면 고용을 유지하는 게 큰 부담이다.

신 대표는 “비정규직을 합법화해주거나 탄력 근로기간을 1년 정도로 확대해야 기업들이 산다”며 “둘 다 안 되면 공장을 인도나 베트남 쪽으로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 인수·합병(M&A)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의 융합산업연합회(이업종연합회) 회원사가 550여 개 있는데, 중소기업들이 무지무지 어렵다. 아니, 어려운 정도를 넘어섰다. 여기에 주 52시간 쓰나미까지 닥칠 걸 생각하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강제규정이어서 노사가 합의해도 근로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창원=글·사진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