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 심화는 자유시장 가치 위협 때문”

‘아산플래넘 2019’ …다자주의 쇠퇴도 한몫

“자유시장이 쇠퇴하며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9’ 둘째 날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국 우선주의와 극단주의가 팽배한 국제사회 속 민주주의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추 원한 타이완중앙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 명예연구위원은 ‘민주주의가 위기인가’ 세션에서 “민주주의 위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더 확산, 악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브라질 선거 결과를 예로 들었다. 추 위원은 “역설적이게도 기술 혁명, 과도한 세계화, 이에 따른 중산층의 쇠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캐런 하우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자유시장 위기도 지적했다. 하우스 위원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자유시장의 가치가 정치·경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는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유시장의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며 “미국에서 쇠퇴하는 자유시장, 미국인 중산층의 꿈이 점점 더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의 악화만큼이나 국제주의도 위기다. 자유주의적 세계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다자주의가 깨지며 자유민주주의가 도태되는 상황. 태미 오버비 맥라티 어소시에이츠 이사는 ‘자유 또는 공정무역’ 세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을 거론하며 “미국 무역 전략의 변화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손상시켰고, 무역확장법 232조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룰을 어기는 법’을 가르치는 꼴이 돼 다시 미국에 망령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 월포위츠 미국기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역시 ‘민족주의 혹은 국제주의’ 플래너리 세션에서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사이 중간 통로는 다자주의”라며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한국의 선택’에도 이를 참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첨예해지고 있는 이민자 문제와 관련, 고든 플레이크 퍼스미국아시아센터 소장은 주요 20개국(G20)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