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정철 ‘회동’ 논란>“정보수장과 與전략사령탑 만남, 경위 떠나 자체로 부적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사적 회동 논란에 휩싸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19 글로벌인텔리전스 서밋’ 개회식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논란의 두 주인공’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사적 회동 논란에 휩싸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해찬 대표 등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전문가 “文정부 약속과도 배치”
한국당 “총선 도우미 자처한것”
바른미래 “정치개입 의혹 충분”

만찬끝난뒤 둘이서 식당앞 대화
서훈, 양정철 어깨 토닥이기도
楊 “민감한 얘기 오가지 않아”
徐·국정원, 관련입장 표명안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주 사적인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원장은 “지인들과 함께한 모임으로, 민감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만남 경위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이 여당 싱크탱크 수장을 만난 것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 등을 통해 진상을 밝히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만남 성격과 경위 = 27일 인터넷 매체 ‘더 팩트’의 보도에 따르면,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이뤄졌다. 양 원장은 오후 6시 20분쯤 식당에 들어가 4시간 이상 지난 오후 10시 45분쯤 서 원장과 함께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더 팩트’는 만남의 성격에 대해 술이 곁들여진 ‘독대’라고 보도했으나, 양 원장은 보도가 나온 뒤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라며 “서 원장에게 귀국 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이 원래 잡혀 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반박했다. 양 원장은 함께한 지인이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양 원장은 본지의 확인 요청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분들(동석한 사람들) 프라이버시도 있다”며 “불법적인 미행과 도촬(도둑 촬영)에 끌려가 애꿎은 분들까지 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팩트’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서 원장과 양 원장은 만찬 회동을 마친 뒤에도 식당 앞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나온다. 양 원장은 서 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서 원장은 양 원장의 어깨를 토닥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양 원장은 서 원장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서 원장은 먼저 식당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그 뒤에도 양 원장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모습도 잡혔다. 그러나 몇 명과 대화를 나눴는지, 이들이 모임 참석자였는지 단순 수행원인지 등은 확인하기 어렵다.

◇부적절 논란 = 양 원장과 서 원장의 만남 경위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만남 자체로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았고 양 원장이 취임하면서 이목이 집중되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을 만났다는 건 이유가 어찌 됐든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국정원이 탈정치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한 당의 싱크탱크 원장을 만났다는 건 현 정부의 약속과도 맞지 않는다”며 “왜 만났는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약속’ 위반이라는 주장과 함께 국회 정보위 소집 요구도 나왔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라며 “대통령 최측근과 국정원장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총선에서의 정치적 중립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즉각 국회 정보위를 소집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장시간 독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이날 보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양 원장은 “제가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이토록 주시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자 정신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은 다르다. 적당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한 서 원장은 양 원장과의 회동에 대한 질문에 “이 행사가 중요하다”며 답변을 회피했고, 국정원 역시 이날 12시까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병채·손우성·손고운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