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대란, 日 ‘해상 매립장’서 해법 찾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남춘(오른쪽)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미혼모쿠 폐기물 처분장을 방문해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인천시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 미나미혼모쿠 처분장 방문… 대안 모색

6년뒤 사용종료 수도권매립지
대체할 부지 선정하기 어려워

日은 해상시설 100여곳 조성
소각재 매립해 50년 사용하고
가득 차면 흙덮어 항만부지로
국토 좁은 싱가포르도 활용중

韓선 법으로 해양 투기 금지돼
“日·싱가포르 방식도 고려해야”

미나미혼모쿠(南本牧) 제5블록 폐기물 최종 처분장. 일본 요코하마(橫濱)시의 유일한 쓰레기 매립장이다. 2017년 10월부터 매립을 시작해 앞으로 50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19일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의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본 박남춘 인천시장은 “좁은 국토와 주민 반대로 육상에 쓰레기 매립장을 조성하기 힘든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일본처럼 해상에 폐기물을 묻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은 오는 2025년 사용이 종료되는 수도권매립지(인천 서구 백석동)를 대체할 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해야 한다. 이미 한 차례 사용기한을 연장한 수도권매립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서울시와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3개 시·도는 수명이 다 된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부지를 찾기 위해 지난해 1년 6개월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인천 2곳, 경기 6곳 등 후보지 8곳을 선별했지만 주민 반대로 용역 준공 시점을 한 달여 넘긴 현재까지도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박 시장의 이번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미혼모쿠 제5블록 폐기물 처분장 전경.

◇일본의 해상 폐기물 처분장=미나미혼모쿠 처분장의 전체 넓이는 16만4000㎡로 수심 35m 해저에 429만㎥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사용해온 수도권매립지(1541만㎡)에 100분의 1가량 되는 면적이지만 직매립이 아닌 소각재 위주로 매립해 최장 50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2000년도부터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 일본은 철저히 소각장에서 소각한 재만 최종 처분장에 매립한다. 인구 360만 명의 요코하마시에만 4개 소각장이 운영된다. 이곳 처분장 역시 차수벽으로 둘러싸인 해수면에 소각재만 매립하고, 퇴적된 소각재만큼 수위가 상승한 바닷물을 정화해 차수벽 밖으로 배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년간 매립이 진행된 후 처분장 내 소각재가 가득 차면 표면에 흙을 덮어(복토) 안정화해 새로운 항만 부지로 활용한다. 이곳 5블록 바로 옆에 매립이 종료된 2블록은 1993년부터 24년간 이 같은 방식으로 폐기물을 매립해 2017년부터는 항만 야적장과 주차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해상 폐기물 처분장이 100여 개 이상 조성돼 매립 면적만 약 5000만㎡에 달한다. 육지 면적이 좁은 싱가포르에서도 이 같은 해상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한다. 1999년부터 운영 중인 싱가포르 세마카우(Semakau) 처분장은 350만㎡ 넓이의 해상에 하루 2000t의 소각재와 불연성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이들은 폐기물을 단순히 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토를 넓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해상 매립지, 국내도 가능할까=국내에서는 아직 바다에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법적인 근거가 없다. 한때 공해 상에 분뇨와 하수 슬러지 등을 투기한 적이 있지만 2012년 이후에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일본처럼 바다에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서는 10만㎡ 이상 공유수면 매립면허권을 갖는 해양수산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 해양환경 보전과 폐기물 처리는 환경부 소관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각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에서는 2027년에 가서야 사실상 ‘직매립 제로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하루 종량제 봉투 폐기물이 1291t(2016년 기준)에 이르지만 소각처리 능력이 충분치 않아 385t(29.8%)이 직매립된다. 그러나 당장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조성이 시급한 수도권 3개 시·도 입장에선 일본처럼 해상에 폐기물 처분장을 조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좁은 육지에 마땅한 부지를 찾을 수도 없는 데다 신규 매립지 건설에 따른 부지 매입비와 보상비,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해상에 매립장을 조성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명학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자체 처리장을 마련해야 하지만 국내 도시 특성상 님비(NIMBY) 현상으로 신규 매립지 조성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일본과 같은 해양처분장 조성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