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봉감독의 ‘캐스팅 넘버2 ’… 복권 맞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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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주연 최우식

2011년 드라마 ‘짝패’로 데뷔
‘부산행’‘옥자’ 등 통해 급성장
‘기생충’ 영화 전체 이끄는 역할
“이시대 안쓰러운 청춘役…공감”

“봉준호·송강호 무게감에 부담
마음껏 놀수 있게 편히 대해줘
인간 대 인간 열정을 나눈 느낌
과정 즐기는 배우로 살고 싶어”

“감독님이 기우 캐릭터에 제 모습을 많이 투영하신 것 같아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주연배우 최우식(사진)은 봉 감독이 “우리 시대 젊은이의 모습을 품고 있다”고 자신을 평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4인 가족이 저택에서 여유 있게 살아가는 부잣집 4인 가족과 얽히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가족희비극’이다. 이 영화에서 최우식이 맡은 역할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로, 친구가 연결해줘 박 사장(이선균)네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선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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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제게 ‘우식이의 본모습이 어떻게 보면 안쓰럽게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저도 힘들 때가 있었고, 지금도 힘든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11년 MBC 드라마 ‘짝패’로 데뷔한 그는 2014년 영화 ‘거인’(감독 김태용)에서 절망을 뚫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10대 영재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영화로 청룡영화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쓴 그는 이후 ‘부산행’(감독 연상호·2016), ‘옥자’(감독 봉준호·2017), ‘마녀’(감독 박훈정·2018)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구상하며 송강호와 최우식을 부자 관계로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옥자’ 촬영을 마치고 뒤풀이 때 ‘다음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 ‘다음에 또 보자’라고 좀 애매하게 말씀하셨어요. 송강호 선배님 다음으로 저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쓰셨다는 얘기를 듣고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어요(웃음). 감독님이 ‘거인’을 보시고 제게 연락을 주셔서 ‘옥자’에 출연하게 됐어요. 기우는 ‘거인’의 영재, ‘옥자’의 김군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힘든 환경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 쓰는 인물이죠. 모든 일이 계획대로 안 된다는 걸 깨닫지만 계속 노력하는 기우의 모습을 보고 젊은층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공감할 거예요.”

봉 감독의 최우식에 대한 신뢰가 ‘기생충’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우식은 영화 전체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봉 감독이 가사를 쓴 엔딩곡 ‘소주 한 잔’까지 불렀다.

“여러 장르가 혼합된 어마어마한 시나리오를 읽고 다른 작품보다 많이 긴장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역할이라 부담도 컸고요. 감독님이 좋은 틀을 만들어주셨는데 제가 자칫 잘못해서 영화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도 됐고요. 그런 부담과 걱정을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깔끔하게 없애주셨어요. 아버지처럼 잘해주시며 마음 놓고 놀 수 있도록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친해지기 전까지는 두 분의 무게감에 짓눌렸거든요(웃음). 현장에서는 항상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기생충’ 촬영 때는 안심됐어요. 제가 뭘 어떻게 하든 두 분이 안전하게 받쳐주시니까요. 엔딩곡은 최우식이 아닌 기우가 부른 거예요. 연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며 기우의 마음을 전달하려 했어요.”

그는 ‘옥자’ 때와 ‘기생충’ 때 봉 감독이 다르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옥자’ 때는 제 역할이 작았고, 혼자여서 저 스스로 기가 죽어있었어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못 했죠. ‘기생충’은 감독님과 배우들이 합숙하며 촬영해서 감독님의 본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감독과 배우 관계라기보다는 영화를 사랑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 작품에 대한 열정을 함께 나누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배우들도 저처럼 처음 봉 감독님과 작업하게 되면 많이 떨릴 텐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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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는 최우식이 아버지 역의 송강호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가 감히 송강호 선배에게 연기 지도를 해보겠어요(웃음). 감독님이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가족들이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지도하라고만 하셨죠. 제가 시범을 보이면 아버지(송강호)가 따라 하는 걸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후배가 선배에게 까분 거니까요. 그런 경험이 재미있었어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얀 도화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모양을 그리고 어떤 색을 칠해도 자연스럽게 흡수해낼 것 같은 매력이 그의 장점이다.

“기우가 유별나게 튀지 않는 인물이라 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물 흐르듯 살아가죠.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저는 앞으로도 과정을 즐기는 배우로 살아갈 거예요.”

8년 차 배우인 그에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자 “지금 좋은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거인’ 촬영을 마치고 슬럼프에 빠졌어요. 그때 신인상을 받으며 누군가 제게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대중들이 제 연기를 보고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체크하며 격려해주는 것 같아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 =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