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쓰레기 수출 오명 덮어씌운 이재명 향해 ‘사과에 웬 훈장질’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사과에 웬 훈장질이냐, 사과할 테면 진정성 있게 하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평택항에 쌓여 있는 필리핀 반송 쓰레기가 제주산이라고 주장했다가 전수 조사 끝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변명으로 보이는 ‘사과글’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13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유튜브에 올린 ‘원더플 TV’를 통해 ‘이재명 지사님, 사과에 웬 훈장질’이라는 제목으로 7분12초 분량의 녹화 방송을 올렸다.

원 지사는 이날 방송에서 이 지사가 경솔하고 가벼운 언사로 제주도민들이 크게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공무원들이 평택항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뒤져 가며 ‘제주산 쓰레기’가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소위 ‘뻘짓’을 해야 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 지사가 ‘제주산 쓰레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상처를 받은 제주 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달랑 올려 놓고 ‘사과’했다고 주장 하는 것은 상처받은 제주 도민의 자존심을 치유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제주도민들에게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누명을 씌우는 과정에서, 당초 제주산 쓰레기가 아니라고 제시한 다양한 ‘반박 내용’을 모두 무시해 놓고 이제 와서 ‘언론에서 나온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해서 주장한 실수였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원 지사는 특히 이 지사가 사과문에서 ‘제주도산이 없다’라고 하지 않고 ‘제주도산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듣기에 따라서는 증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무혐의’하다는 뉘앙스까지 풍긴다며 제주도민들의 상처 입은 자존심을 치유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원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사과문이라고 올린 글에서 무단방치니 불법 수출을 운운하면서 ‘앞으로 이런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 모두 다 잘해야 된다’ 식의 훈계를 이어갔다”며 “유체 이탈 화법, 아니면 사과하면서 웬 훈장질이냐고까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택항에 쌓여있던 불법 쓰레기를 전부 처리하였습니다’는 글을 올려, “환경부와 경기도, 평택시가 평택항에 있던 폐기물 4666t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산 폐기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론적으로 (평택항 쓰레기가) 제주도 폐기물이라는 방송보도를 사실로 확인할 수 없었으며 제주도산 폐기물이라고 언급한 지난번 SNS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제주도민과 원희룡 지사님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3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나왔는데 정작 피해는 경기도민이 보고 있다”며 “평택항에 쓰레기를 마냥 방치할 수 없어 우선 처리하고, 제주도산 압축폐기물 처리비용은 제주도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주도를 몰아 세웠다.

제주=박팔령 기자 park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