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최저임금 심의 또 빗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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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경제학 바른사회 공동대표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27일 오후 ‘제6차 전원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최저임금 심의는 출발도 못 하고 파행을 맞았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임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같은 파행은 숙명적이다.

사용자위원들의 불참 논거는 간명하다.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과 급여의 월 환산액 병기(倂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불 능력, 근로 조건, 생산성 등이 업종별로 다른데 똑같은 최저임금 수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차등의 원리’에 반(反)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최저임금법 제4조 1항 위배라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고시에 월 환산액을 병기하면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산입’하게 되므로 사용자의 부담이 가중된다. ‘일하지 않는 시간인 휴식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의제하는 것’은 개념상 맞지 않는다. 실제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계상하면, 총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이하로 내려가 사용자는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지난해 말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현재 노사 간에 팽팽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올해에는 근로자와 정부(공익위원)의 연합이 의사결정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그 기저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인상됐지만,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성찰이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사람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었다. 그는 ‘어설픈 진보와 개념 없는 정치가 결합된 최악의 참사’로까지 격하시켰다.

2020년 최저임금이 제자리를 찾아가려면 디테일에 함몰돼선 안 된다. 임금은 노동자의 기여를 사후적으로 정산한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일자리는 ‘시장 기회를 포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시장에 팔아 현금화’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이 관건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논하면서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특정 업종과 직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최저임금이 과속 인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합당한 기준을 근거로 최소한의 차등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부작용이 없는 기준은 연령이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근로자에게 일정 부분 최저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다. 특정 직종에 차등적용을 하는 경우 ‘낙인효과’라는 부작용이 뒤따르지만, 연령의 경우 그럴 우려는 없다. 영국과 프랑스도 이미 ‘연령에 대해 차등적용’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배타적으로 돌아간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물’로 제공되는 숙식 상당액을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임금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원칙이다. 임금을 부담하는 쪽의 사정이 반영되는 것이 정책 순리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이 과속이었다면 최저임금 동결도 선택지가 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 없는 최저임금 인상은 그 자체가 허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