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 ‘무리한 적폐수사’ 반복에 법원도 견제 필요성 인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률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박병대 전 대법관,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연합뉴스 뉴시스

영장 기각률 급증 왜?

사법농단의혹 박병대 前대법관
檢 두차례 영장청구 모두 기각
이철성 前 경찰청장에 이어서
김태한 삼바대표 까지 ‘줄기각’

검찰권 오남용 방지하기 위해
법원내 ‘원칙대로’ 분위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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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무리한 수사가 반복된 데 따른 결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른바 ‘적폐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등에서 검찰이 ‘별건 수사’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큰 변화가 없는 점과 비교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이 지난 5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 경찰의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영장이 기각됐다. 같은 달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서도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무리한 영장청구를 했을 경우 생기는 검찰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원칙대로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뇌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해 검찰이 개인 비리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별건 수사에 제동을 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월 19일 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수사를 개시한 시기와 경위,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범죄 혐의의 내용과 성격,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달가량의 보강 수사를 거쳐 윤 씨를 결국 구속했으나, 윤 씨를 압박해 김 전 차관 수사를 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이 신청해 법원이 심사한 구속영장 기각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의 법원 기각률은 2017년 17.8%, 2018년 17.3%였고, 올해 5월까지는 16.7%로 떨어졌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강력범죄 등 다른 범죄가 최근 크게 늘거나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기각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특별수사부가 진행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