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74세부터 매년 ‘에이지 슈트’… 79세인 올해엔 78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상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이사장실에서 인터뷰 도중 30년 전에 받았던 한양CC 클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가리키고 있다.

박상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

요즘도 비거리 200m씩 보내
레귤러티서‘에이지 슈트’ 작성
구력 45년에 생애 베스트 68타
한창땐 10번중 2, 3번 이븐파
이론 박식 한양CC 운영 맡기도

진료실밖 유일한 운동이 골프
카트 안타고 걸으며 체력 관리
요즘도 하루 50명씩 환자 만나
대형 요양병원 건립에도 열의

박상동(79) 동서한방병원 이사장은 한의사로 50년 동안 ‘영원한 현역’을 고집하고 있다. 이젠 쉬어도 될 때라는 가족의 만류에도 환자 진료를 보며 행복을 찾고 있단다.

박 이사장을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동서한방병원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장은 지금도 주 3일은 환자 진료에 하루를 매달린다.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 하루 평균 600명 중 50명이 그에게 진료를 받는다. 그는 “외래환자들은 불경기에 민감해 돈 걱정에 아파도 참는 편이어서 하루 60∼70명이 몰릴 때에 비하면 한가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혹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고 중증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 씁쓸하다고 했다.

박 이사장을 찾는 환자의 70∼80%가 뇌졸중 환자다. 박 이사장은 한의대 재학 시절 농촌 지역 의료봉사활동을 나가면서 뇌졸중에 걸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어르신을 보고 뇌졸중 전문 한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 때문에 더러는 30년 단골 환자도 많다는 것. 환자 신상을 훤히 꿰다 보니 진료는 물론, 환자의 사생활이나 가족 근황 얘기를 나누며 덤으로 ‘인생 상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박 이사장은 “우리 나이쯤 되면 이미 세상을 달리하거나 뒷방으로 물러난 친구가 많아 또래에서는 거의 유일한 현역”이라고 자랑했다. 박 이사장은 “아직 성인병 한 번 앓지 않은 건강 체질”이라면서 부모로부터 건강체질을 물려받기도 했지만, 지금껏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경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꾸준한 몸 관리 덕분”이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골프가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 박 이사장은 한의원을 개원한 뒤 곧바로 골프를 시작했으니 골프 구력이 45년째가 된다. 그는 한 달 전 골퍼들의 선망의 기록인 ‘에이지 슈트’를 달성했다. 자신의 나이보다 한 타 적은 78타를 기록했던 것. 코리아CC에서 전반에 41타와 후반에 37타를 쳤다. 30년 전 만들어진 ‘화심회’ 모임에서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정치인과 기업인 등 70명으로 출발했지만 고령자가 많아 이젠 서너 팀 꾸리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

박 이사장의 베스트 스코어는 68타. 물론 40대 초반 시절 10번 중 2∼3번은 ‘이븐파’를 자주 쳤다. 한양CC 클럽대항전에서 우승을 2차례나 했고, 뉴코리아CC에서 열린 대한항공회장배에서 우승해 2인 유럽여행권을 받기도 했다. 골프에 박식하고 기량과 매너가 좋아야 한다는 한양CC 운영위원장도 지냈다. 74세부터 시니어 티가 아닌 ‘레귤러 티’에서 매년 에이지 슈트를 달성한다는 박 이사장은 요즘도 드라이버로 가끔 200m를 훌쩍 보낼 만큼 비거리를 자랑한다. 그는 진료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을 가는 편이며 지금까지 골프장에 가면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 왔던 것도 골퍼로서 ‘롱런’을 해 온 비결 중 하나였다.

박 이사장은 국내 최초의 수식어도 여럿 갖고 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박상동 한방의원’으로 출발해 1983년 이곳 연희동 종합병원으로 확장 이전해 36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1986년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한의약박물관을 설립하기도 했고 병원 마당에 허준 동상을 세우는 등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경희대 한의학과 1회 졸업생인 박 이사장은 사단법인 한방병원협회 회장 재임 시절 ‘한의사 전문의’ 제도 도입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한·양방 협진 모델 병원으로 36년째 이어오고 있다. 성공한 협진병원의 롤 모델이 된 병원에는 현재 의사와 한의사 50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는 33만 경희대 동문 중 의약계열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총동문회장을 4년간 지냈다. 2002년부터 총동문회장을 맡으면서 동문회관을 짓고, 장학재단, 한의사전문의제도(박사과정)도 만들었다. 학교 측은 개교 70주년을 맞아 대학 강의실을 ‘박상동 강의실’로 명명하며 그의 공로를 인정해줬을 정도다.

박 이사장은 처음부터 뇌 질환 전문화를 선언했다. 고령화시대에 중풍, 치매, 파킨슨병 잠재 환자가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현실로 찾아올 이슈가 될 것으로 봤던 것. 박 이사장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에 의료인으로서 내 손으로 메디컬 센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때부터 키워왔다”면서 20여 년 전 경기 파주시에 부지를 마련해 놓았다. 그는 치매 센터와 요양 병원, 요양원 기능을 하는 400병상 규모의 ‘동서 메디컬 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메디컬 센터는 같은 비용을 내도 노후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의료서비스 질이 높은 요양병원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병원 진료실을 벗어난 박 이사장이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은 골프뿐이었다. 40년 넘게 골프를 즐겨온 이유는 골프는 무조건 재미있었고 좋았기 때문. 골프를 치자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따라나섰다. 이제는 연습장을 가지 않고도 ‘묵은 실력’으로 친다는 박 이사장은 새벽이면 골프 중계방송을 자주 보며 프로의 스윙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박 이사장은 원로가수이자 아마골프 고수였던 오기택 씨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됐다는 방송을 본 뒤 직접 치료를 맡았다. 박 이사장은 오 씨를 병원으로 옮긴 뒤 3년 4개월 동안 무상으로 치료해 줬다. 오 씨는 여전히 거동은 불편하지만 혼자 식사하거나 의사소통은 물론, 다시 노래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뇌 질환은 사전에 찾아오는 전조 증상 발견이 중요하기에 정기적으로 상태를 체크하는 게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재앙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