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한다는 건 희생 아니라, 배워가는 것 아닐까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증장애 딛고 24년 헌신… ‘서울시 복지상’ 大賞 김영진씨

복지관 이용자로 들어왔다 입사
시설물 유지 · 보수 등 도맡아
장애인 축구단 창립 멤버 활약

자원봉사 최우수상에 장기출
후원자 분야는 윤용섭씨 수상

“저 역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돕고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같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봉사한다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같이 배워가는 것 아닐까요.”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24년간 헌신적으로 근무해 온 지체 1급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김영진(54·사진) 씨가 올해 서울시 복지상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는 이웃사랑 실천으로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과 단체를 선정하는 ‘서울시 복지상’의 올해 대상 수상자로 김 씨를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씨는 1995년 복지관 입사 이후 헌신적으로 근무하며 시설물 유지·보수 관리를 도맡아 왔다.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는 한편 뇌성마비 장애인의 자기계발을 돕는 자조단체 ‘청우회’의 임원으로 장애인을 도왔다.

김 씨는 “제게 너무 과분한 상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과 서로 도우며 열심히 살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김 씨는 복지관에 이용자로 발을 들였다가,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 입사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도우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하게 됐다”며 “복지관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선생님들이 잘 도와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다른 분들도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배운다는 마음으로 봉사하면 더 값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올해 복지상에 복지자원봉사·후원자·종사자 등 3개 분야에 대상 1명과 최우수상 3명(각 분야 1명씩), 우수상 6명(각 분야 2명씩) 등 10명을 선정했다.

최우수상 수상자는 복지자원봉사 분야에 1998년부터 2149회의 봉사활동을 펼친 장기출(여·76) 씨, 후원자 분야에 저소득 가구 청소년 66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서울대에 2억80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윤용섭(75) 관악농협 비상근이사, 종사자 분야에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로 20여 년간 헌신해 온 전재일(44) 씨가 각각 선정됐다. 우수상은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컴퓨터 수업을 진행해 온 강사동아리 ‘노노컴동’, 어린이집·경로당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금빛노을실버인형극단’, 쪽방촌 주민을 지원해 온 이선주(여·50) KT그룹 상무이사와 저소득 가정을 도와 온 휴켐스 등이 받는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