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정의 생태학 Alive>아마존은 진짜 ‘지구의 허파’인가?

식물은 광합성 통해 산소 배출
광합성 적은 밤에는 CO2 내놔
발달끝난 숲은 산소-CO2 ‘평형’
생물 다양성 등 숲보존은 중요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의 내한 경기 때 축구스타 호날두가 보여준 행동 때문에 아직도 화가 덜 풀리신 분들을 위해서 작은 얘기 하나 소개하겠다. 그는 한 달 전 자기 페이스북에 아마존 숲은 전 세계 산소 생산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3주간 계속 불타고 있다며 숲이 화염에 휩싸인 사진을 하나 올려놓았다. ‘팩트 체크’를 해보면, 사진 속 불타는 지역은 아마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고 그 산불도 2013년도에 일어난 것이다. ‘전 세계 산소의 20% 이상’도 과학적으로 정확한 진술은 아니다. 어찌 됐던, 축구스타까지 언급할 정도로 아마존 유역의 화재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8월까지만 해도 산불 수가 이미 4만 건이 넘어서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2004~2012년에 걸친 성공적인 산림보호 정책은, 이후 브라질 경제 위기와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취임 후 모두 사라졌다. 불법 벌채, 목장과 탄광 개발 등을 허용하는 정책 때문이다.

숲의 파괴가 걱정되는 첫 번째 이유는 나무들이 하는 광합성 반응 때문이다. 식물은 이를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땅속의 양분 및 물을 흡수해 태양에너지를 이용, 당분을 만들고 동시에 산소를 배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분이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기본 먹이 역할을 한다. 이때 배출되는 산소 때문에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식물도 우리처럼 숨을 쉬기 때문에 광합성량이 적은 밤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들 특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흙 속의 미생물들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결국 어떤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정도는 그 숲의 나이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통장의 잔액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출에 따라 잔고가 결정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묘목이 큰 나무로 자라는 동안에는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배출량보다 많고 따라서 배출되는 산소의 양이 많다. 그렇지만 숲이 충분히 자라고 나면 이 양은 거의 평형에 달하고, 따라서 수입 지출을 모두 따져보면 현재의 아마존 숲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지 않은 것이다. 긴 시간을 놓고 보면 허파 역할을 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아마존 숲이 없어져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만일 불이 나서 숲이 타버린다면 그동안 쌓아둔 탄소가 모두 강력한 온난화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신용카드로 흥청망청 돈을 쓰면 그나마 통장에 저축해 뒀던 돈을 다 싸버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아마존 숲에 살고 있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생물들, 소위 ‘생물다양성’의 문제다. 숲이 사라지면 이들도 사라진다.

이러한 이유들로 우리는 숲을 보호하고 파괴된 지역은 복원해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다. 2016년에는 전 세계에서 30만㎢의 숲이 없어져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 중 4분의 1 정도가 아마존과 같은 열대의 원시림이다. 평균적으로 ‘벨기에’ 크기의 열대우림이 매년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아마존은 대중의 관심이라도 받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인 콩고강 유역의 숲은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호날두를 비난할 수 없다. 개개의 사실은 틀렸을지 몰라도, 지적의 전체 맥락은 옳은 것이다. 호날두의 페북 팔로어가 1억2000만 명이고, 그가 이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수십만 명의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다. 나 같은 과학자의 심각한 설명은 호날두가 페북에 올린 두 줄의 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래저래 그를 ‘디스’하려는 나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이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숲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게 된 점을 위로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