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세대 90년대생 ‘공정이 정의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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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환경·성향 유사 韓·美 청년세대 분석 책 2권

우리 사회에서 10년 전쯤에 나왔던 ‘20대 개새끼론’이 다시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최근 이른바 ‘조국 사태’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사퇴 촉구’ 촛불시위를 둘러싸고 더욱 그렇다. 이들 시위 학생이 20대나 대학생의 대표성을 지녔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말이다. 언제부턴가 20대를 보수정치의 지지 기반으로 보기도 하며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며 별종 취급을 한다. 과연 그럴까.

기성세대에게 현재의 20대, ‘90년대생’은 자신들의 범주로 포획되지 않고 있다. ‘개새끼론’은 그 당혹감의 표현이다.

청년들을 모르면 세상을 모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시대마다 청년기에 가졌던 경험과 안았던 문제로 인해 ‘더 나은 미래’ 또는 ‘정의(正義)’에 대한 가치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들 청년이 가진 불만이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미래도 달라진다. 과연 90년대생들의 새로운 가치관은 무얼까.

한국의 90년대생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지만,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세대’이자 ‘계층’이 됐다. 놀라운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는 한국의 90년대생과 아주 흡사한 곤란에 처해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의 연동성을 극도로 높인 탓일 것이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역시 유사 이래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의 ‘완벽한 스펙’을 지녔지만, 끝없이 ‘노력’을 해야 하는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한국의 90년대생이 ‘IMF 사태’를 겪으며 경쟁 시스템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이들은 이른바 취업시장의 ‘상품’이 되기 위해 온갖 스펙을 쌓았지만 팔리지 않는 세대다. 부와 권력을 모두 장악한 윗세대인 ‘386’과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우리는 너희만 할 때 저항하며 멋지게 살았는데, 너희는 ‘찌질’하게 뭐하니?”라는 말을 듣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의 90년대생과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책이 동시에 나와 비교해볼 만하다. 이전의 세대론은 대개 윗세대들이 조망하듯 썼는데, 이 두 책은 비슷한 연령대의 필자들이 썼다. 두 나라의 젊은 세대 모두 ‘공정’을 강조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