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해충돌 공직자 막는 건 國政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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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국회법에 따라 지난 2일 개회한 이후 한 달 가까이 허송세월하다시피 한 정기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여야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두고 격돌했다. 여당은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집중적으로 비난했고, 야당은 조 장관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수사 상황을 따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조 장관의 주장이나 직무수행과 관련해 질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배우자의 기소와 법무부 장관의 업무 수행 간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현 부정청탁금지법은 공무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없으며, 공직자윤리법은 2011년 개정 때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도입했다.

사소한 금품수수도 차단하고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부정청탁금지법의 초안은 원래 국민권익위가 만들었는데, 이 안에는 이해충돌방지에 관한 규정도 있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들은 삭제됐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에는 이해충돌방지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묻는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엄격하게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별도로 입안해 입법예고를 거쳤고,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에게 공적으로 부여된 직무수행 상의 의무와 사인(私人)으로서 개인의 사적 이해의 충돌, 또는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갈등 상황을 의미한다.

이해충돌방지는 공적 업무 수행에 있어 사적 이해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해충돌로 인한 위법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함으로써 공직 수행에 있어 청렴성이나 진실성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공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공무 수행 과정에서 이익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규율할 필요가 있다.

국민권익위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집행에 관한 주무기관으로 이해충돌 여부도 판단한다. 국민권익위가 조 장관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언급함으로써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더구나 조 장관은 취임 후 피의사실공표죄의 개선을 위한 수사공보준칙의 개정을 추진하다가 미뤘지만, 검사와의 대화 등 검찰 개혁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관련 수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을 기소했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한, 조 장관의 경우 직무수행과 관련해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 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된다고 보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이해충돌 여지가 크다.

헌법은 모든 공무원이 전체 국민의 봉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수를 받는 공무원은 항상 국민을 위해 공무를 수행하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특히, 정무직 공무원은 그 지위에 비례해 국민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 자신이 불법과 비리 의혹이 에워싸고 있다면, 어떠한 적법한 권한 행사도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조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