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협상 과정 ‘北 비핵화’ 목표 이탈 우려”

美전문가들 “北입장 변화 없어
영변해체·核사찰 약속 받아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실무협상 재개를 반기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적인 목표에서의 노선 이탈 가능성을 우려했다. 북한 입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와 변화가 없어 비핵화 논의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이들은 북한의 시간 끌기 작전에 대비해 대북 압박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지연된 미·북 실무협상 재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북한의 조건적인 (회담 재개) 선언과 연말 인내심 만료 발언 등은 돌파구 마련은 물론 큰 진전도 예고하지 못한다”며 “북한 외교관들이 비핵화 논의를 허용받지 않은 탓에 양측이 핵심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유엔의 비핵화 요구 준수를 계속해서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고 대북 제재를 더욱 강하게 이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제시한 지 19개월이 지났지만 단 하나의 핵무기도 포기하거나 단 하나의 핵 생산 시설도 중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과 북한 실무협상팀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북한이 실무협상팀에 북핵 전문가들을 넣거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를 할 권한을 받는다면 진정성을 보이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검증 하에 삼중수소 공장을 포함한 200개 이상의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약속해야 한다. 그것보다 적다면 북한은 진지하지 않은 것이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