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분열 아니다” 文 동떨어진 현실인식에 여론 악화

“위법 확인없이 철회 안된다”
조국에 대한 의혹제기 일축
“언론 성찰해야” 책임회피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과 인식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퇴임하는 순간까지 사과보다는 언론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낳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9일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직후부터 언론을 통해 사모펀드, 딸의 특혜 입학, 장학금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의혹만으로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며 여론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검찰은 검찰이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분명히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국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와 ‘조국 수호’를 내건 서초동 촛불집회를 두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이 조 장관 거취를 놓고 보수와 진보 둘로 갈려 대규모 광장 집회를 벌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사태를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두 달 넘게 지속된 조 장관 사태가 일단락된 14일에도 문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언론을 탓했다.

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청와대 비서실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고 소수의 동질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다 보니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