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수사 방해 수준에 이른 ‘사법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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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조국 씨가 드디어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사필귀정이다. 처음부터 써서는 안 되는 감투였다.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거듭된 위선적인 언행으로 우리 사회에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킨 인물이 조 씨다. 그런 인물을 하필 법질서를 책임지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국민의 뜻을 무시한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로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져 지출한 사회적 비용과 국력 소모가 너무도 크다. 그런 독선적 인사를 다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조 씨는 그동안의 위선과 궤변과 파렴치한 언행에 대해 먼저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리고 겸허하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의 가족이 누렸던 수사상의 특혜와 수사 지연 태도에서 벗어나 겸허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성실하게 사법부의 재판에 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를 감싸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검찰을 압박했던 정치인과 위선적인 지식인들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검찰은 이제 더욱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서 하루 속히 있는 그대로 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조 씨 사퇴가 자칫 수사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지 국민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처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검찰다운 결기를 보여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검찰이다. 그런 독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인권 존중의 수사 관행을 확립하는 게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권력의 시녀라는 지탄을 받아온 검찰이 기사회생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조 씨 일가의 모든 의혹을 끝까지 수사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명수 사법부도 이번 사태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전임 대법원장까지 구속한 법원이 그보다 몇 곱절 더 무거운 혐의를 받는 조 씨 동생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민은 그런 해괴한 재판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 금융 관련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씨 가족에 대한 금융계좌 추적 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도 국민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검찰과 달리 사법권은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그러므로 사법부가 검찰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검찰 견제가 검찰 수사 방해로 작용한다면 사법권의 남용이고, 스스로 사법권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사법부는 이제부터라도 건전한 상식과 법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 재판은 법관이 하지만 그 권한은 대통령이 부여한 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권한임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에서 모든 법관이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고 선고하는 의미가 바로 그런 뜻이다. 우리 사법부라고 다르지 않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정신은 법관에게 직무적인 사명감을 가지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정치적인 고려나 파벌적인 편견 내지는 출세욕에 사로잡혀 이 사명감을 망각하는 법관은 법관의 자격도, 법관의 독립을 주장할 명분도 없다.

국민은 조 씨와 그 가족의 재판 과정에서 이제 사법부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사법부는 조국 사태를 법치에 맞게 마무리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치의 아노미 현상을 해소할 막중한 사명을 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정신만이 불신받는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