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벤처 혁신역량 지원은커녕… 발목잡는 ‘우물안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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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600곳 실태조사

내수형보다 평균매출 2배이상
고용창출 속도도 월등히 높아

기존업계 반발 + 정부 제동에
‘카카오카풀·그레잇’사업좌초
“벤처 글로벌화 환경 개선해야”

수출형 벤처기업이 매출, 고용창출, 기술혁신 등에서 내수형 벤처기업보다 역량이 뛰어난데도 불구, 정부 지원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기존 기득권 집단의 반발 및 정부 제동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산업연구원(KIET)이 벤처 및 비(非)벤처기업 600곳(벤처 수출기업 210곳, 벤처 내수기업 58곳, 비벤처 수출기업 306곳, 비벤처 내수기업 26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평균 매출액과 고용창출 속도, 1인당 평균 매출액, 기술혁신역량 수준,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비중 등에서 수출 벤처기업이 내수 벤처기업보다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수출 벤처기업이 364억 원으로 내수 벤처기업보다 149억 원 많았다. 1인당 평균 매출액 역시 4100만 원이 더 높았다.

특히, 고용창출 속도는 수출 벤처기업이 5.38배로 내수 벤처기업(2.15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세계 수준 100을 기준으로 한 기술혁신역량 수준도 71.3으로 내수 벤처기업(62.5)보다 세계적 수준에 더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KIET는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기보다 내수를 기대하는 벤처기업 경영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수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총수출의 0.33% 수준에 그쳤고 벤처기업 총 매출 가운데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비중도 7.4%에 불과했다. 혁신성을 지원하는 벤처 정책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수출 지원정책이 동떨어져 운영되는 정부 지원 체제가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라고 KIET는 분석했다.

벤처업계는 최근 국내 벤처·혁신기업을 둘러싼 부정적 환경도 큰 요인으로 꼽는다.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타다’가 불법영업으로 규정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등이 기소되고, 택시업계 반발로 신기술에 기반한 차량 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콜버스’ 등의 서비스도 좌초했다. 온라인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그레잇’은 8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시중은행보다 최대 50% 싼 수수료로 환전이 가능한 앱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은행 등 기존 업계와 정부 제동에 걸려 끝내 사업을 접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20번이나 사용하며 혁신성장을 강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이영주 KIET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벤처기업 글로벌화의 우대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신산업 관련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추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이승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