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건보 거덜내고 의료 낭비 키운 文케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前 한국재정학회 회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새로운 의료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였다. 고가의 의료 서비스인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이 컸던 의료 서비스가 공짜가 됐으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대다수의 국민은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재인 케어 이후 건강보험의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했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비교적 건전한 재정 구조를 유지했다. 그랬던 건강보험이 지난해부터 1778억 원의 적자가 났고, 올해는 3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재인 케어 때문이다. 문 정부 말기에는 모두 17조2000억 원의 누적적자가 예상되고, 2024년에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공짜처럼 보였던 의료 서비스가 결국은 공짜가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해결돼야 할 비용이 된 것이다.

의료 서비스는 공짜로 생산되지 않는다. 특히, 초음파와 MRI 검사는 높은 생산비용이 든다. 그래서 고가의 의료 서비스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시에 제공돼야 한다. 문재인 케어가 작동되기 전에는 검사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이 한정적으로 적용됐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의료 서비스가 공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환자는 병의 시급함에 관계없이 일단 최고의 의료 서비스인 초음파와 MRI 검사를 원한다. 그 결과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지난 2년에 비해 8배가 증가했고, 청구액은 10배 증가했다. MRI 검사 청구 건수와 청구액도 지난 2년 전과 비교해서 2배 이상 상승했다.

경제학의 기본원리 가운데 하나는 수요 법칙이다.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증가한다. 의료 서비스에서도 경제학의 수요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라도 공짜이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비싼 생산비용이 드는 의료 서비스가 꼭 필요한 중환자에게만 제공되지 않고, 낭비적인 소비로 간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고가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암 환자 등 중증환자가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폐단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공짜가 되니, 검사가 필요 없는 환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니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환자들이 모두 똑같은 조건으로 줄을 서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한다.

초음파와 MRI는 비싼 장비여서, 자본력이 있는 대형 병원에서만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공짜가 되자 모든 환자는 일단 대형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몰린다. 소규모 동네 의원 역시 생존을 위해 고급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병원은 병 수준에 따라 다원화해 전체 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모든 병원에서 비싼 장비를 갖추고 환자들에게 이를 공짜로 제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간다. 올해 발생한 3조 원의 적자도 국민의 부담이다. 무차별적으로 확대한 고급 의료 서비스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지워진다. 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역시 여느 보편적 복지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는 결국 의료 비용을 낭비하게 하는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현재는 달콤해도,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폐해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