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신입생 채우기’ 경쟁… 교사가 타교 비방 유인물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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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수가 고교생수보다 적은
경북영주서 발생한 씁쓸한현실
피해학교 “명예훼손” 교사 고소

경북 영주에서 남자 고교 신입생 유치를 두고 교사가 고소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학생 유치를 위해 타 학교를 비방하는 등 편법적 행위를 동원했다며 상대 학교에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심각한 저출산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교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측면으로 보여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일 영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영주시 A 고교 교사 B 씨는 신입생 유치와 관련, 허위 문서를 작성해 배포한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에 고소됐다. B 교사는 신입생 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영주지역 C고교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SNS와 예비 고교생, 학부모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인물에는 ‘죽(정시)도 밥(수시)도 안 되는 ○○고등학교의 한계’라는 제목에 최근 2년 동안 C고교의 수시와 정시 입시 결과를 다른 학교와 비교해 소개돼 있다. 인근 고교보다 못한 서울대 입학자 수, 재수생 비율, 내신 나눠 먹기, 교과 중점학교 재지정 실패, 수능 최저기준 미충족으로 서울대 지역균형전형 전원 탈락 등 다소 상세하게 쓰여 있다.

C고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악의적으로 왜곡한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해 교사, 재학생, 졸업생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학교 업무까지 방해해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고교 관계자는 “신입생 유치가 과열되면서 젊은 교사가 감정적으로 유인물을 만들었다”며 “C고교를 찾아가서 사과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사과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영주에는 4개 남자 일반고교가 있으며 내년도 신입생 총 모집 정원은 484명이다. 하지만 남자 중학교는 3개로 3학년 학생 수는 480명에 불과하다. 2015년 고교 모집정원 621명에 중 3학년 학생 수 662명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영주시 한 고교 교사는 “매년 고교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 사무실과 집을 직접 찾아가서 학생을 보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유치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영주=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