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분리 조항 신설해도 특정기술 명시하면 안돼”

전문가들, 법개정안에 제언
“시장의 자율적 선택 보장을”

‘세대 간 망분리’ 조항 신설이 햇수로 3년째 헛바퀴만 돌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사안 처리의 시급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적정 기술과 법규 선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관계자는 23일 “망분리만으로는 해킹을 막을 수 없다”면서 “홈네트워크 해킹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세대 간 망분리 기술은 만능이 아니며, 특정기술을 지정하면 오히려 보안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준공 검사를 할 때 관리서버와 인터폰에 취약점이 없어야 허가를 주고 정기적으로 보안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실제로 관리서버가 관리사무실 구석에 방치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한 홈네트워크를 자율적으로 구축하도록 한 후 안전 점검이나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나 보안 등급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현재처럼 3개 부처 공동 행정규칙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보안성 항목을 넣더라도 특정 기술 명시는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전문가 검증 후 등급만 매겨 시장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주택 및 통신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세대 간 망분리가 우선적으로 채택된 데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후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국정감사에서 홈네트워크 해킹 사고를 지적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2019년 1월 세대 간 ‘사이버 경계벽’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 행정부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보안기술의 성격상 법 개정보다 변경이 용이한 행정규칙 조항 신설로 가야 한다는 합의는 봤으나, 여러 기술 중 윤 의원이 제안한 것을 따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하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및 홈네트워크 인증 심사 항목에 스마트홈 정보보안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인증지침은 구내통신망이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 각종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등만 살피고 스마트홈 보안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과기부 관계자는 “인증받을 때 일정 수준의 보안성을 갖추도록 하는 강제성이 없어 한계로 지적된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 안처럼 공동주택 성능등급에 공동주택 단지 네트워크의 정보보안 사항을 포함해 입주민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주택의 성능 및 품질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입주자 모집공고에 표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세대 간 망분리 같은 특정기술은 명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용어설명> 망분리

외부의 사이버 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이중화시켜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분리하는 것. 인트라넷(내부망)을 따로 설치하거나 2대의 PC를 사용하는 등 물리적 망분리, 소프트웨어로 내외부 별도 망을 구축하는 논리적 망분리로 나뉜다. 비용과 효율을 따져 양자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많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