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노동계 반발에… 주52시간 보완입법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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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깊어가는 시름

국회발의된 법안 24건 달해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
여야 대립에 심의조차 안해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간듯
재계 “탄력제만이라도 해결을”

올해부터 주 52 시간제가 종사자 50~300인 사업장에 확대 시행되면서 업계 특성을 감안한 탄력근무제 등 보완 입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총선에 올인하고 있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산업계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4·15 총선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야가 관련 관련 법 논의를 무한정 미루면서 사실상 20대 국회 내 처리가 무산돼 자동 폐기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관련 보완 입법은 모두 24개에 달한다(표 참조).

이중 처리가 시급한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이 이미 합의한 법안이지만 여야 간 첨예한 대립 속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해 9월 정기국회 이후 지금까지 관련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3당 간사가 회동해 회의 개최 등 논의에 나섰으나 견해차만 확인하고 더는 진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9일 열기로 했지만, 주 52 시간제 보완 입법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오는 5월 20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극적 처리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으나, 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과 함께 쟁점 법안 일괄 타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탄력적 근로 시간제는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유연 근무제의 일종이다. 현행은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 이내(취업 규칙만 변경), 혹은 3개월 이내(노사 합의)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경사노위는 3개월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주 52시간이 적용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부랴부랴 처벌 유예를 위한 계도 기간 연장(1년) 등의 임시방편을 내놓았으나 산업 현장의 혼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처벌 유예가 위법 상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건 아니다”라며 “탄력 근로제만이라도 국회가 노사정 합의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 분야 유연근로제도 논의가 되어야 한다”면서 “여야 모두 산업 경쟁력 강화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