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동서양 同時 악재, 한국경제 흔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동서양의 초대형 리스크가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초래할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 우한 폐렴은 2003년 사스보다 전파력이 빨라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중국에서만 확진 환자가 1만4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300명을 넘어섰다. 미국·캐나다·프랑스 등 서구권에도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했고, 중국과 교류가 많은 동아시아 국가는 확진 환자 증가 속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가 며칠 새 15명으로 늘었고, 확진 환자들이 잠시라도 들른 식당이나 가게는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폐렴이 처음 발병한 이래 500만 명이 우한을 떠났고, 전 세계는 만남과 이동을 꺼리고 있다. 특히, 중국 부품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일부 국내 기업들의 생산 차질까지 빚어지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도시는 인구 이동 차단 대책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단체 관광은 물론 각종 국내 행사까지 취소되면서 항공·식당·호텔·대형마트·극장 등의 매출이 줄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나 그렇다고 심리적 불안감에서 나오는 방어 기제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당국은 상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제2, 3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중국의 국내 이동 통제로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조업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본사에서 중국으로의 출장이 제약을 받으면서 현지 기업 관리도 어렵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악재 브렉시트는, 지난달 29일 유럽 의회의 표결로 2월 1일부터 영국이 EU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돼, 영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향후 영국이 EU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에 따라 그동안 우려했던 ‘노딜’ 브렉시트 파장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영국과 EU 양측은 1958년 로마조약에 명기된 ‘상품·투자·서비스·사람’에 대한 이동 자유를 보장키로 했다. 시리아 난민 문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이 EU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사람 이동을 허용할지는 의문이다. EU 수뇌부는 영국이 약속을 안 지킬 경우 ‘노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 EU 밖에서 영국의 저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브렉시트의 최대 손실 국가가 영국이라는 점은 정설이다. 그나마 손실을 줄이려면 EU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유럽대륙과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무역·안보·통신·교통·사람 이동 등 정치적·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협상을 타결하려면 최소 2∼3년이 필요하지만, 존슨 총리는 올해 안에 모든 협상을 끝내겠다고 우긴다. ‘노딜 불사(不辭)’로 가기 위해 존슨 총리는 협상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탈퇴안에 명시했다.

올해 말까지는 현재의 EU 회원국 권리와 의무가 유지되므로 브렉시트의 파급 영향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면 알게 모르게 조만간 브렉시트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주시해야 한다.

새해 벽두에 중국과 영국발 두 초대형 악재로 연초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통령의 낙관론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우한 폐렴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1∼0.2%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통상 환경을 제대로 보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