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대만, 신종플루로 56명 사망… 중동, 메르스 재발… 콩고, 에볼라 비상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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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폐렴’ 못잖게 지구촌 괴롭히는 전염병들

세계인 생명 위협하는 바이러스
변이 거듭해 치료제 개발 어려워
메르스, 카타르·사우디서 ‘맹위’
독감 美전역 휩쓸어 8200명 사망

사스·지카 재창궐해도 속수무책
홍역, 작년 유럽·레바논 등 덮쳐

아프리카 유행 소아마비 ‘폴리오’
예방접종 있지만 치료제는 없어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를 전염병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사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는 우한 폐렴을 능가하는 각종 전염병이 조용하면서도 강력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등장해 약 28만5000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던 신종플루(H1N1)는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4일 대만중앙통신(CNA)에 따르면 대만에서 지난 3개월간 보고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 수는 56명으로, 지난 한 주에만 13명이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 등 합병증으로 숨졌다. 반면 현재 대만 언론을 도배 중인 우한 폐렴의 경우 확진자가 10명, 사망자는 아직 1명도 없다.

◇현재진행형인 ‘왕년’의 전염병 = 명확한 감염경로도, 치료 백신도 모르는 미지의 질병은 매번 인류를 전염병 포비아(공포증)로 몰고 갔다. 수년에 걸쳐 과학자들이 발병 원인을 파악하고 난 후에도 전염병은 변이를 거듭하며 좀처럼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핵만 있고 세포질은 없는 바이러스는 사람이나 돼지, 새 등 숙주의 세포기관으로 번식해 지속해서 인류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병해 중동 전역과 아시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아직도 중동 일대에서 건재하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는 67세 여성이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진 지 4일 만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계속 상태가 호전되지 않다 약 2주 후인 12월 중순 사망했다. 숨진 여성의 50세 아들 등 접촉자 2명도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현재 치료 중이다. 사우디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0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1명이 숨졌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에볼라 바이러스도 지난해 다시 콩고민주공화국을 덮쳤다. 콩고의 북키부와 이투리 등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38명의 환자가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같은 해 7월 콩고 일대의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한 결과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요구된다며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 앞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변이 거듭하는 바이러스, 발병 때마다 속수무책 = 1941년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개발한 뒤 흑사병, 콜레라, 결핵 등 세균성 전염병은 인류의 통제권 안에 들어왔지만 몇몇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다. 바이러스는 구성물질이 워낙 작아 약간의 변이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특히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켜 증상과 치료법이 때마다 달라진다. 1918년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스페인 독감, 1957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을 거쳤지만 2009년 신종플루가 출연하자 인류는 또다시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10세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된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이후 전 세계에 걸쳐 162만3000여 명의 감염자를 만들어 낼 정도로 맹위를 떨쳤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미국 전역을 휩쓴 독감으로 1500만 명이 감염되고 8200명이 숨졌다고 최근 밝혔다. 합병증으로 입원한 환자도 14만 명이 넘는다. 메르스도 발병 9년째를 맞은 현재까지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5년 전부터 개발 소식이 잇따랐지만 가장 빠른 제품이 임상 2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도 예방 백신이 없어 발병할 때마다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곧바로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지로 확산하면서 37개국에서 8200여 명이 감염됐으며 사망자만 775명(사망률 약 9∼10%)에 달했다. 과학자들은 발병 당시 사스 백신 개발에 매달렸지만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곧 손을 뗐다. 백신 개발이 무산된 탓에 다시 사스가 창궐할 경우 아무 대응책이 없는 셈이다. 브라질 등 남미 전역을 위협했던 지카 바이러스도 이후 발병 횟수가 적어지면서 한때 경쟁적으로 진행되던 백신 개발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백신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유행 = 백신이 개발됐지만 치료제가 없거나 미비해 여전히 유행하는 전염병도 있다. 전염성이 강하고 팔다리 마비 등을 동반하는 척수성 소아마비(폴리오·polio)는 가나, 모잠비크 등을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 유행했고, 파키스탄,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도 퍼졌다. 특히 필리핀에선 2000년 폴리오 퇴치를 선언한 지 19년 만에 다시 폴리오 환자가 발생했다. 폴리오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WHO에 따르면 2형 바이러스가 퍼진 차드, 잠비아, 토고 등의 국가에서는 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방 접종을 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홍역도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유행 중이다. 지난해 태평양의 섬나라, 유럽, 마다가스카르, 레바논, 튀니지 등에 홍역이 퍼져 어린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사모아에서는 4217명이 홍역에 감염돼 이 중 62명이 사망했다. 환자 중 대다수가 5세 미만 아동이었다. 통가에서는 뉴질랜드로 여행 갔다 돌아온 10대 럭비선수들이 홍역에 걸리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알바니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홍역으로 총 34명이 사망했다. 황열병도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유행했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아르보 바이러스가 혈액으로 침투했을 때 발병하는 황열병에 걸리면 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데 예방 백신은 있지만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황열병 환자는 4189명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말리에서는 황열병 확진자 3명 중 2명이 숨졌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지난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관련 환자가 발생했다.

김윤희·인지현·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