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4조원 규모’ 글로벌 녹색산업에서 신성장동력 찾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중국 산시(山西)성 창즈(長治)시에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 등이 전문가 등과 함께 한·중 공동 미세먼지 실증협력 사업을 위한 설비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2022년까지 환경산업 6대과제 박차

국내시장 성장정체 상태
이제는 해외로 눈돌려야

우수환경산업체 지원 사업
매출 21%·수출 18% 증가
일자리도 2만4000개 늘어

신흥국 年7% 고속성장 전망
저성장 극복 돌파구로 주목

지난달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폐막한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슈는 경제가 아닌 ‘환경’이었다.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메인 주제로 설정한 이번 포럼에선 전체 350여 개 세션 중 20% 이상이 기후 위기를 논하는 자리로 채워졌다.

‘규제 일변도’라는 눈총을 받으며 줄곧 성장의 대척점에 있었던 환경 분야가 되레 저성장 극복의 돌파구로 주목받으며 날개를 펼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급변하는 기후 위기 상황을 단순한 ‘경계’ 단계로 인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저마다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이미 총력전에 돌입했다. 미국의 환경컨설팅·연구기관인 EBI(Environment Business International)는 2017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환경 시장이 2017년 대비 1361억 달러 증가한 1조3358억 달러(약 1594조9452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국 환경 시장은 2027년까지 연 7% 이상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녹색산업이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할 핵심 분야로 재조명받고 있는 셈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2019 환경창업대전에 참석,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녹색산업 활성화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환경부는 앞서 ‘제4차 환경기술 환경산업 육성계획(2018∼2022년)’을 수립했다. 이 계획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기술개발 △환경산업 혁신 성장 △환경혁신형 미래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이 담겼다. 환경부는 특히 녹색산업 수출확대·녹색 금융 강화 등 6대 핵심과제를 선정, 국내 환경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정부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국내 환경 시장이 성장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5일 환경부를 통해 입수한 ‘환경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환경 시장 규모는 2014년 대비 8000억 원가량 소폭 성장에 그친 98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상하수도 등 환경 인프라 투자가 완료 단계에 진입하면서 국내 시장이 포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수명 환경부 환경산업경제과 사무관은 “내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는 선진국형 시장구조로 변하고 있다”면서 “필연적으로 국내 환경산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기업과 타국을 연계하는 마중물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결실이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선정된 우수환경산업체 지정기업 14개사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듬해 기업당 매출액이 지정 이전 대비 21.4% 오른 467억2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당 평균 수출액도 2016년 465억 원에서 2018년 550억 원으로 1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당 평균 고용인원 역시 97명에서 112명으로 약 15% 늘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원 사업을 통해 모두 1조4000억 원 수출 성과를 냈다”며 “2만4000개의 환경 일자리를 창출하는가 하면 환경 신기술 인증 등으로 9000억 원의 매출도 올렸다”고 설명했다.

국내 환경기업들도 저마다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15년 환경부 우수산업체로 지정된 ‘PPI평화’는 신소재 상수도관 파이프를 개발, 미국 1위 상수 공급업체인 아메리칸워터(AW)와 미 전역 공동 영업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을 맡았다. 중소업체인 이 기업이 생산한 파이프는 미국수도협회(AWWA)에서 2년간 테스트한 결과, 4만 일 동안 내구성과 수명에 문제가 없는 완전 제품 인증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이처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상생 도약할 수 있도록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확대하고 환경규제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조 장관은 “국내 녹색산업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환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녹색 금융을 활성화하고 녹색 신기술의 사업화 지원 등 혁신적 성장 기반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녹색산업의 성장이 수출과 일자리의 증가로 연계되고, 녹색의 긍정 가치가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