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정권은 왜 ‘신천지’만 부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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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남북협력 재개와 시진핑 방한
文 ‘3월 구상’ 코로나로 차질
감염원 초기 차단 실패에 영향

中 책임 회피에 文정권도 동조
우한 대신 신천지 희생양 우려
정략 버리고 방역에 몰두해야

많은 사람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고통받는데도 시종일관 중국을 감싸고 도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의 생각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중국에 우호적인 문 정권의 태도에는 근원(根源)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문 정권은 국제 정세와 동떨어져 중국을 상전으로 삼고, 국내 권력 투쟁에만 몰두했던 위정척사파의 정치적 후예라고 볼 수 있다. 현대사로 좁혀보면, 문 정권 세력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구의 후계자로 자처하는데, 김구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승만에게 밀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친중반미(親中反美) 성향을 갖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는 구체적 정치 역학도 작용한다. 문 정권에는 ‘3월 구상’이란 것이 있다. 첫째, 남북관계 재개. 당장 철도·도로 연결은 못 해도, 착공식은 가능하다. 북한 개별 관광은 베이징의 대행사까지 내정해 놨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은 어렵지만, 답방 약속을 재확인할 수는 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의 방한. 남북 관계 재개를 지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중·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에 협력하는 계기도 된다. 사드 배치 이후 계속된 중국의 경제·대중문화 규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셋째, 미·북의 입장 변화. 미 정부는 문 정권의 거듭된 요청에 일정한 남북 협력을 양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남북 간에도 물밑 접촉이 시작되면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남북 이벤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 순조롭게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터져버린 것이다. 하늘은 누구의 편인가.

코로나19가 문 정권의 3월 구상만 망친 것이 아니다. 중국 당국에도 치명타가 됐다. 공식 발표만으로도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공산당 독재, 시진핑 장기 집권 체제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한 시와 후베이성 봉쇄 과정에서 셀 수 없는 비인도적 행위들이 드러났고, 인민들이 당과 주석을 직접 비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위기 대응에는 확립된 매뉴얼이 있다.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다른 방식을 택한다. 그들은 절대 정치적·정책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면 사과해야 하고, 사과하면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들은 그 대신 희생양을 찾는다. 중국은 우한·후베이 당국자들을 숙청하고, 사스 전문가를 내세워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니라 ‘해외에서 온 것’이라는 식의 선전·선동전을 시작했다. 중국계 언론들은 미국에서 발생한 ‘정체 모를 감염’, 한국의 ‘신천지’를 부각하고 있다. 중국 전체가 한국의 ‘한심한’ 코로나19 대응을 조롱한다. 결국 베트남 언론에 사우스코리아와 코로나를 결합한 ‘사우스 코로나’란 말까지 등장했다.

문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 중국인 입국을 초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그러나 문 정권은 듣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 사람’, 특히 신천지 교인을 손가락질하고 있다. 국내 확진자의 다수가 대구 지역 신천지교 신도들이기 때문에 교리를 떠나 신천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태의 책임이 신천지에 있다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궤변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국익 훼손도 자초한다. 신천지가 확산에 역할을 했다는 것과, 정부의 대응 잘못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짜파구리 파안대소와 마스크 소동이 정부 인식과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 나쁜 상황은, 그렇게 하는 바람에 우한 폐렴이 대구 폐렴이 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천지 바이러스로 둔갑하게 생겼다. 세계를 뒤흔드는 감염병 발생 책임을 중국 대신 우리가 떠안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난은 코로나 책임, 코로나는 신천지 책임, 신천지는 야당과 관계있다는 ‘고리’를 퍼뜨리는 세력도 있다.

문 정권이 억지로 희생양을 찾는 것은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얕은 술수일 수도 있지만, 3월 구상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그런 정략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문 정권 능력은 방역에만 집중하기에도 모자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