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싸우는 사람들>“소독약 뒤집어쓰고 수백㎞ 운전… 끝까지 힘보탤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경기지역 발생 의료폐기물 수거 업체인 보광환경 소속 직원인 김영우(40) 씨가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서수원요양병원에서 마스크와 고글, 방진복을 착용한 채 전용 용기에 담긴 의료폐기물을 트럭에 싣고 있다. 곽성호 기자

확진자 느는 만큼 폐기물 급증
하루 13시간 일하며 주말 반납
마스크·보호복·장비 모두 부족
2인1조 중 1명만 보호복 착용

정부의 허둥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의료폐기물 업체 종사자들은 가파르게 불어난 바이러스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새벽부터 출근해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주말까지 반납한 채 뛰고 있다.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상자를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한 채 3.5t 대형 트럭에 차곡차곡 실어 나르던 김영우(40·보광환경) 씨의 이마엔 새벽 찬 공기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김 씨는 정오까진 기존 담당 민간병원, 오후엔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전담하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거둬 가고 있다. 김 씨는 “매일 하던 일이고, 우리의 업무가 큰 자랑거리도 아니다”라고 겸연쩍어하면서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묵묵히 힘을 보태겠다”며 밝게 웃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폐기물 배출량도 날이 거듭될수록 증가하고 있다. 김 씨가 소속된 보광환경은 경기지역 지정병원, 선별진료소 등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전량을 특수 용기에 봉인해 수거, 소각업체로 운반·처리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3차 귀국했던 교민들이 격리 생활한 경기 이천 국방어학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처리도 맡아왔다.

김 씨 등 20명의 소속 직원은 본업과 병행하다 보니 하루 수면 시간이 4시간에 그친다. 매일 오전 5시 반까지 출근한 뒤, 수원·용인·화성시 등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폐기물을 직접 특수 차량에 싣고, 온몸에 소독약을 흠뻑 뒤집어쓴 채 수백㎞ 운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김돈일(67) 보광환경 대표는 “하루 13시간 이상씩을 일하면서도 군소리 없이 최선을 다해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보광환경 소속 직원들은 50대 이상 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추가 확산을 예방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인력, 보호복, 장비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에서 업체에 방진복과 마스크를 일부 제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할 수 없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김 대표는 “2인 1조 작업자 중 1명만 방진복을 입고 비축한 마스크로 버틸 정도로 보급 여력이 좋지 않다”면서도 “손발 걷어붙이고 함께 종식을 향해 달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