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에 쫓긴 ‘타다 금지법’ 文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행을 막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월 “타다 운행은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1심이지만 ‘초단기 렌터카’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개정안은 렌터카를 이용한 영업을 ‘대여시간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항만으로 제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혁신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으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타다 금지법 강행 처리는 4월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타다에 반대하는 25만여 택시업계 종사자의 표(票)를 의식해 문재인 정부와 의원들이 합작해 밀어붙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타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타다 금지법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개정안은 ‘타다 수용법’이라고 주장하며 의원들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온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법을 총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이 막아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던 셈이다. 야당 역시 대놓고 반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 판단에도 불복해 입법에 앞장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울분이 와 닿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영국의 적기법(赤旗法)까지 인용해가며 규제개혁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올 신년사에서도 ‘혁신’을 12차례나 언급했다. 총선 때문에 불가피했다면 최소한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연기하도록 했어야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은 법률거부권이라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힘들면 시행을 늦추면서 법률 재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이라도 밝혀야 한다. 더불어 모빌리티 혁신의 싹을 살리는 모든 행정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에 대한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다시는 혁신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