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기업경쟁력이다>재해·전염병·환경 변수가 성장 발목… 악재 막을 ‘방파제’세워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기업 근로·작업환경의 변화는 전염병부터 산업재해까지 산업 전반의 위해요소에 대한 기업과 정부 차원의 전환적인 대책과 투자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 시급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 확산으로 수익성 급락
미세먼지·기후변화 이어 타격

산업재해 2018년 971명 사망
영국의 13배 규모… 혁신 필요

사고 줄여야 생산성·매출 증대
지속성장 위해선 적극 투자를

고령화·저성장의 고착화란 어려움에 부닥쳐 있던 한국경제가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란 전대미문의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방역과 피해극복 지원, 경제영향 최소화 대책이 추진되고 이의 일환으로 정부, 국회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착수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빠른 시일 내 종식과 함께 후유증을 제거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새삼 확인된 명제가 곧 방역 없이 경제 없고 안전의 담보가 곧 국민, 기업, 경제의 안위를 좌우한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산업현장에서 고질적 난제였던 안전강화문제를, 코로나19를 계기로, 미세먼지, 황사 등 기후·자연환경의 폐해와 맞물려 안전 전반의 투자와 인식 제고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문화일보는 이런 기조에 맞춰 주요 대기업과 산업현장의 보건, 환경, 산재 대비 안전관리 등을 포괄한 관심과 투자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특별 기획을 진행해 ‘산업안전이 곧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까지 메가톤급 충격을 안기고 있다. 수출, 내수 가릴 것 없이 업종 전반에 코로나발(發) 불황이 강타하면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고용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요 기업들은 장기전에 대비해 인력운용계획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비상수단인 재택근무 등이 새로운 경영·근로 시스템으로 전면에 부상했다. 코로나 한파가 몰고 온 이 같은 변화는 기업들에 또 다른,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11일 “코로나19가 잠복한다 해도 앞으로 새로운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며 “전염병 외에도 이미 연중 유해요인으로 부상한 미세먼지, 황사,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질환 및 작업환경 등에 따른 산업 재해는 기업의 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히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위협요인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사고 제로’를 지향하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인 실행방법의 도입 필요성, 패러다임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도전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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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제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시급, 안전의 기초 = 산업계, 국토교통부,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경제, 산업시스템의 대형화, 복잡화, 집적화, 고도화로 산업현장에서의 사고 위험성은 증폭되고 있다. 직접적인 산업재해만 해도 2018년 한 해 사고사망자는 971명에 달했다. 건설업 485명(49.9%), 제조업 217명(22.3%), 서비스업 154명(15.9%), 기타산업 115명(11.8%) 순이다. 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6.7%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사업장이 보유하고 있고, 안전 매뉴얼을 경시했다가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건설기계만 해도 지게차 18만9592대, 굴착기 15만573대, 덤프트럭 5만9998대, 콘크리트믹서 트럭 2만6737대 등 50만1646대에 달한다.

특히 10년간 제조업에서 ‘끼임 사고’로 인한 사망자만 1182명에 달했다. 양정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전 업종 사고사망자는 2012년 이후 2015년까지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6년 이후 다시 증가 흐름”이라며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은 일본, 독일 등 주요국과 견줘 3∼4배, 영국보다는 13배나 많아 사고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인 실행방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산업재해 외에도 직업병, 특수사업장의 작업환경, 미세먼지, 황사 등에 따른 안전 위험도 증가일로다. 0.1∼100㎚의 입자로 구성된 작업장 내 초미세먼지는 그 자체로 발암물질인 데다, 최근 수년 새 노출 빈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심화하면서 옥외작업자, 실내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김은아 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연구실장은 ‘안전보건 이슈리포트’를 통해 “100종이 넘는 유해요인으로 2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거의 매년 검진하는 만큼 국내 직업병 예방 인프라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직업병 규모 추정의 한계와 현행 집단검진으로는 더 많은 직업병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안전 예방투자, 사고율 줄여… 정부 공동 R&D 등 지원 필요 = 재해로부터 생명,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제반 활동인 안전은 인명 중시와 사회적 책임 실천의 원천, 다시 생산성 향상과 제고를 담보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상생경영의 토대이자 기업 존립의 ‘방파제’로 불리기도 한다. 산업안전 분야에 대한 예방적 투자를 진행한 기업은 사고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된 실증적 연구결과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정부가 기업 부담을 과도하게 가중하지 않는 선에서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안전에 대한 투자를 유인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런 노력은 국지적이지 않다. 세계 산업계의 관심 사안이다. 앞서 2017년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세계 안전산업 현황을 보면 시장 규모가 2013년 2809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5400억 달러로 92.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안전산업 시장은 같은 기간 51억 달러에서 99억 달러로 늘 것으로 예상됐다. KIET는 “세계적으로 자연재해, 인적재해 건수가 늘고, 규모도 점차 대형화하는 데다 피해 범위도 단일국가 내로 한정되지 않고 확산하면서 안전산업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기업의 생살여탈권이 좌우되는 현실이나 미세먼지가 생산제품의 불량률을 높일 변수라는 점이 말해주듯 보건·환경 변수는 이제 기업 생산활동의 안전성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이 됐다”며 “기업이 환경과 안전에 투자하지 않고 성장을 담보하기 힘든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기업 스스로 예방적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도 관련 투자 세액공제 확대, 전문인력 육성, 공공 연구·개발(R&D) 강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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