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의 ‘아름다운 퇴장’… 홍준표 등에도 영향 줄까

“文 심판 위해 컷오프 수용”
‘영남 무소속연대’구상하는
탈락자들에 영향력 주목돼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 고배를 마신 정병국(5선) 의원은 11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이 된다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에서 컷오프된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신을 떨어뜨린 공천관리위원회를 “공정하다”고 평가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수통합’ 옥중편지에도 대구·경북(TK)에서 낙천한 의원들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영남 무소속 연대’를 구상하는 상황에서 정 의원의 결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까지 6번의 총선 공천 심사를 받았는데, 공천관리위원회는 항상 명망 있는 위원장을 내세워 공천을 농락해왔다”면서 “하지만 이번 공관위는 철저히 계파의 패권을 배제한 심사를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보수통합의 선봉에 선 사람으로서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달겠다고 다른 지역구로 옮기는 건 염치 없는 행동”이라며 “비록 낙천했지만,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을 5선 하는 동안 보수 개혁을 외쳐온 정 의원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구 출마를 준비하다 당의 험지 출마를 요청받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세종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사지를 험지로 바꾸고, 험지를 다시 격전지로 바꾸겠다”며 “세종시민과 더불어 드라마를 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일(12일) 최고위원회에서 경남 양산 공천에 대해 번복하지 않으면 오후에는 최종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TK에서 낙천한 의원들로부터 대구에 출마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홍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영남 무소속 연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홍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할 경우 ‘탈환’ 대상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북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