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主敵 없앤 군대의 경계·대비태세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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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 대학원장

최근 군부대의 경계망이 뚫리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 각군별로 경계태세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은 군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통해 “잇단 경계 실패를 변명해선 안 되고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합참의장도 19일 긴급 작전지휘관 화상회의에서 “뼈아픈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군에서 경계업무는 생명을 담보로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전투작전과 똑같이 취급할 정도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를 허술히 수행해 적이 침입할 경우 부대 전체가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인식, 지금까지 우리 군의 경계작전 수행 체계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하고, 이를 한 단계 더 강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군 지휘부 차원에서 주적(主敵) 개념을 명확히해 군의 기강(紀綱)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군사·정치 지도자들의 주적 개념에 대한 불명확한 언질은 군 지휘관들의 정신 자세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는 결국 군 전체의 기강을 허무는 주요인이 된다. 과거 우리 군의 지휘관들은 명확한 주적 개념을 갖고 예하 부대의 경계 및 대비태세 수준을 수시로 점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당시 장병들의 정신 자세 및 군기는 상당히 높았고, 경계 실패도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된 지금보다 훨씬 더 적게 발생했다.

둘째,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군 기강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정부 들어 폐지한 국방부 교육정책관 직위를 복원하고, 국방정신전력원을 통해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남북관계의 부침과 무관하게 군에서는 확고한 안보관과 대적관을 심어주는 교육만큼은 계속해야 한다. 현재 장병들에게 확고한 안보관과 군인정신을 심어줘야 할 정신교육이 일선 부대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셋째, 과학화 경계 시스템 운용 전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스라엘 군은, 경계 업무에 CCTV나 위성영상 판독 전문 능력을 갖춘 사람을 배치한다. 이는 가까운 미래 우리 군의 경계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시사하는 바 크다. 우선, 현시점에선 과학화 경계 시스템과 같은 기계의 불완전성을 예측하고 이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CCTV는 여러 개로 분할돼 있는데 일단 이를 최소 분할로 조정해 인간의 눈이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는 조치를 들 수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실수의 여지(시각적 피로로 인한 방심)를 줄여주는 방법(AI 기술 활용)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넷째, 장병들에 대한 경계교육 및 훈련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하고, 경계임무 때 다른 임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계교육·훈련도 지휘관이 지금보다 전문성을 더 갖춘 상태에서 전 병력(사병, 부사관, 장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 경계 업무를 수행하는 감시병에게 잡다한 임무까지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니 경계태세 상의 공백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계 근무 순환 체제를 제대로 갖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군은 경계작전뿐만 아니라 화력 도발 등 적의 다양한 국지 도발에 대비, 제대별로 대비태세를 자체 점검해 미흡한 부분들을 철저하게 보완하고, 상급 부대 차원에서도 과거처럼 예하 부대들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도 높게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