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도쿄 유흥가 집단감염 온상으로…확진 30%가 술집서 감염 추정

도지사 “밤외출 자제하라”촉구

일본 도쿄(東京)의 밤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의 30%가 도쿄의 술집과 나이트클럽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도쿄도지사가 “밤 외출을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31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야 유흥업소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이케 지사는 “음식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장소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나이트클럽이나 가라오케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의 집단감염 대책반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중 30%인 38명이 심야 유흥주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대책반 소속인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홋카이도(北海道)대 교수는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영업하는 도쿄도 내 요식업소에서 감염이 다수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20대 6명, 30대 9명, 40대 13명, 50대 7명, 70대 3명으로 폭넓은 세대에 걸쳐 있다. 주로 점원들은 20∼30대, 손님들은 비교적 고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접대 음식업이라는 특정 업종에서 감염됐으며, 성매매 업소나 파친코 업소에서 감염이 의심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히로시 교수는 “밤거리 전파만 막을 수 있어도 도쿄 내 확진자 급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혼슈(本州)의 야마나시(山梨)현에서도 선술집에서 일하던 20대 여성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 직원은 감염 후인 21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24일엔 오후 4∼11시 술집에서 근무했는데 이때 200명의 손님이 이 술집을 방문해 보건 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밤거리 집단감염’과 관련해 “후생노동성 전문가의 역학 분석 결과 그런 지적이 있었다”며 “도쿄도가 야간 외출 자제를 부탁하고 다른 부·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쿄도는 지난 25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30일 하루에만 13명의 환자가 늘어 일본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443명으로 늘었다. 고이케 지사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더욱 강경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뒤부터 ‘도쿄 봉쇄령’이 임박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