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재테크>은퇴후 집은 물려주지마라… ‘불효 소송’ 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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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삶을 살면서 자식들에게 한번도 회초리를 든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잘되라, 잘되라 가르쳤지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해서 못난 아버지가 뒤늦게나마 깨우치고 자식들에게 회초리를 들까 하는데 자식들의 머리는 너무 굵었고 저는 너무 초라해 손에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법으로 그 회초리에 힘을 좀 실어 주십시오. 제 인생의 마지막 회초리입니다.”

평생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아버지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불효 소송’을 진행한 드라마의 대사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식을 뒷바라지하면, 성장한 자녀가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가 선순환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 보니 여전히 자식들이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해 부모는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내어주는 늙은 염낭거미의 모습이 돼가고 있다.

이처럼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지만 오히려 자산이 감소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중산층 가족이 소득은 물론 일자리·자산까지 줄어드는 경우를 일본에서는 ‘닌자(NINJA·NO Income, No Job or Asset) 가족’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5060세대가 노후준비 관점에서 ‘닌자 가족’이 되지 않는 3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첫째, 나눠서 줘라.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르는 척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다 효자지.” 셰익스피어 ‘리어왕’에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로 리어왕은 첫째와 둘째 딸에게 자신의 영토를 다 나누어주었지만 노년에 철저한 냉대를 받는다. 이처럼 “내 자식은 다를 거야”라며 자식을 믿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사전에 재산을 다 나누어주는 것이 오히려 분쟁의 불씨를 키울 수도 있다. 자식에게 다 주고 노년을 가진 것 없이 쓸쓸하게 보내는 것을 상상해보라.

둘째, 손대지 마라. “얘들아, 집은 손대지 마라.” 은퇴 후 제일의 골칫거리는 생활비 마련이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있다면 자녀 뒷바라지, 위로는 부모님께 생활비도 보내드려야 한다. 특히 부모님의 생활비는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형제간 갈등의 원인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형편이 좋은 형제가 있다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누가 부모님에게 혜택과 지원을 더 받았느냐며 생활비 문제를 따지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넉넉한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거주하는 집은 있지만 마땅한 수입이 없어 자녀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면 ‘주택연금’을 적극 활용해봄 직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교수는 “한국의 주택연금은 은퇴자의 축복”이라며 “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는 노후소득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셋째, 속지 마라. 요즘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저금리 시대에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은근히 접근하는 지인들이 종종 있다. “아는 사람이니까 잘해주겠지” “전문가니까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쉽게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경우가 많다. 미국 투자자보호재단에서 정의한 금융사기를 당하기 쉬운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의 판단과 금융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 또는 ‘최근에 건강이나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라고 한다.

김태우 한화생명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은퇴설계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