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스타트… 산업계 “동결해야” 한목소리

코로나 탓 소상공 매출 급감
노동계는 “일정 수준 올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실업란이 현실화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자 산업계에서는 경영 현장에 주는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인상률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처한 산업계에 최저임금 인상 여파까지 덮치면 영세사업장과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하는 사용자 측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 기조를 ‘동결’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90일 이내 임금안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최대 변수는 코로나19 사태다. 2월 중순부터 ‘코로나 쇼크’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최저임금에 민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영세사업장의 매출은 급감한 실정이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사업주들의 임금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한 만큼 내년도 인상률을 동결 수준으로 묶어야 한다고 봤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연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이 사업주 지급능력을 뛰어넘을 경우 취약업종부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들은 고용을 더 못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하면 노동자 소득이 오르는 대신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유지가 최고의 생계지원 대책인 만큼 노사가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상위기사태를 맞아 일단 생존을 목표로 삼고 경제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노사가 현재 경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29.1%, 올해 기준 최저임금(시급 8590원) 인상률은 2.87%였다.

권도경·이은지 기자 kwon@munhwa.com